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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강세 가능성에 관심 가져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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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호 18면

이제 해외 투자는 필수다. 국내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져 과거처럼 우리 것만을 고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험인데 차이나 펀드부터 브라질 국채, 유가 관련 상품, 후강통, 홍콩 H지수 파생상품까지 해외 투자라고 했던 대부분이 엄청난 손실을 봤다. 성공한 경험이 없다 보니 해외투자가 필요한 건 알지만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해외 투자에 대해 두 가지를 권하고 싶다. 우선 이머징 마켓 투자는 피했으면 한다. 올해는 특히 더한데,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는 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큰 파열음을 냈다. 1차 부채 버블 붕괴는 2008년 미국에서 발생했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가계 부채가 원인이었는데 금융위기로 발전했다. 2차 부채 버블은 국가 부채가 문제였고, 유럽 재정 위기로 표면화됐다. 2011년에 그리스를 비롯한 남부 유럽 국가에서 재정 위기가 발생해 그리스와 포르투갈·스페인 등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 신흥국 기업부채 GDP의 90%만약 또 위험이 커져 3차 부채 버블 붕괴가 발생한다면 이번에는 신흥국이 중심이고, 기업 부채가 원인이 될 것이다. 2008년부터 신흥국 부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업 부채 증가가 특히 두드러졌는데, 1999년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8%였던 것이 작년에는 90%로 52%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부채의 상당 부분이 원유를 비롯한 자원 개발에 투자됐다.

강일구 일러스트

이런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다. 유가의 경우 배럴당 최고 150달러에서 30달러를 유지하기 힘든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관련 기업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파산 가능성은 커졌다. 그렇다고 이들을 시장 원리에 의해 처리한 것도 아니다. 자원 개발 기업들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들을 부도 처리할 경우 정치·경제적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정부는 파산보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계속 끌고 가는 방법을 택했는데, 기업 부실이 은행을 거쳐 정부로 넘어오고 있다.10년 전만 해도 신흥국들은 이런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높은 성장으로 불안 요인이 경제 내부에서 희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흥국의 성장률이 낮아져 해결 능력이 약해졌다. 신흥국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을 기록한 건 2000년대 10년이 유일하다.


이제 신흥국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신흥국이 선진국에 비해 두드러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2000년대 10년간 신흥국들이 만들어 놓은 생산과 부채 버블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 작업이므로 당분간 이머징 투자는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신흥국을 줄이는 대신 선진국, 특히 엔화 자산에 투자했으면 한다. 현재 달러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인 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나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지금 달러는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걸 대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에는 추가로 강세가 되더라도 절상 폭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상황이 바뀔 경우 달러가 엔이나 유로에 비해 약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환율 변동 초기에 투자해야 큰 수익미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소비는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생산과 수출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번 정도 금리를 인상할거란 예상도 빗나가고 있다. 반면 일본은 더 이상 금리를 내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유럽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엔화 강세 요인들이다.


84년 프라자 협정이 맺어진 이후 30년간 엔화는 달러 당 최저 70엔대 중반, 최고 140대 중반 사이에 있었다. 고점은 140엔대(94년)→130엔대(2002년)→120엔대(2007년)로 계속 내려오고 있다. 이 배경에는 금리차가 4%포인트(2002년 4월)에서 3.26%포인트(2007년 6월)로 줄어들고, 그만큼 성장률 격차도 줄어든 부분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에 엔화는 박스권 상단 부근인 125엔에 도달한 후 상승 탄력이 약해졌다. 1년 여가 지나는 동안 힘을 되찾지 못하는 걸 보면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약간의 변동 요인만 생겨도 엔화가 급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투자자들은 저성장-저금리 상황이 되자 해외 투자에 본격 나섰다.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행동을 할 걸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어떤 나라 통화가 강세가 되느냐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환율은 한번 추세가 정해지면 3~4년 동안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엔화가 새로운 추세를 시작할 확률이 가장 크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어떤 자산이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는 초기에 투자해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외 투자는 달러가 주였다. 달러가 당장 꺾이진 않겠지만 편안히 접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새로운 추세를 만들고 있는 곳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종우?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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