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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신성한’ 농장의 신선한 농산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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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을 개방했다. 방문객은 정원을 산책하고 농장을 둘러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살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를 찾는 여행객은 맛있는 파스타와 잘 익은 토마토, 후추 맛나는 올리브유의 기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정말 기분 좋은 기억이다. 하지만 최근엔 거기에 신성한 분위기까지 보태졌다. 지난해 초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별장에 있는 농장을 개방한 뒤 관광객은 그곳을 둘러보고 농산물도 살 수 있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특별 희년 맞아 교황 별장과 농장 개방 … 방문객은 투어에 참여하고 농산물도 살 수 있어

로마 남쪽 소도시 카스텔 간돌포의 산비탈에 교황의 여름 별장이 있다. 바티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의 면적은 총 55만㎡인데 그중 25만㎡가 농업에 이용된다. 신선한 올리브부터 카치오타 치즈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먹는 음식 대부분이 이 땅에서 나온다.

전임 교황 몇몇은 정원과 유적, 수영장(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곳에 수영장을 만들었다)이 있는 이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서 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취임 후 몇 번밖에 들르지 않았고 밤을 보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는 2014년 카스텔 간돌포 별장을 개방했다. 바티칸 박물관의 안토니오 파올루치 관장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해 10월 “난 그 별장을 잘 이용하지 않는데 대중에 공개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호개방 정책은 이제 가톨릭계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 13일 교황은 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을 ‘자비의 특별 희년(Extraordinary Jubilee Year of Mercy)’으로 선포했다. 가톨릭교 전통에 따르면 보통 25년이나 50년을 주기로 희년[jubilee 또는 성년(holy year)]을 기리지만 교황이 별도로 특별 희년을 선포할 수 있다. 이번 희년의 주제는 자비다. 바티칸은 희년을 맞아 각 교구에 소속 교회나 성당, 성지 중 한 곳의 문 1개를 개방하도록 요청했다. 신자들이 그 문을 통과함으로써 희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희년이 시작되기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식료품 저장실로 통하는 문도 개방했다. 이제 방문객은 프란치스코의 농장을 포함한 교황 별장 투어를 할 수 있다. 이 농장에서는 바티칸산 농산물을 살 수 있다. 최근까지 바티칸산 식료품과 와인은 바티칸의 슈퍼마켓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외교관이나 성직자, 또는 바티칸 직원만 출입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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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바티칸 박물관은 방문객을 위해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과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 사이를 왕복하는 열차 서비스를 개시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근처 알바노 라지알레의 주민이 이 농장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달걀, 우유, 와인, 꿀, 올리브유 등을 사려고 줄을 선다. ‘교황 별장 농장(Fattoria Ville Pontificie)’이라는 상표가 붙은 이들 제품 중엔 크리미 모차렐라, 리코타, 스트라치노 치즈와 눈물 방울 모양의 카시오카발로 치즈도 있다. 모두 유기농 제품으로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는 이 농장에서 기르는 젖소에서 나오는 비살균 우유다. 2014년 12월 당나귀 2마리가 농장의 새 식구로 들어왔다. 당나귀 우유 회사 유로 락티스에서 선물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나귀들이 들어와 기쁜 듯했다. 그는 어린 시절 마시던 신선한 당나귀 우유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농장에서 나는 모든 것이 다른 제품에 비해 더 환경친화적이고 건강에 좋고 맛있다”고 현지 주민 지셀라 비앙키가 말했다. “젖소와 당나귀, 타조, 토끼, 암탉들이 공해가 없고 초목이 우거진 넓은 땅에서 자유롭게 자란다. 외양간에서 풍기는 냄새가 가끔 바람에 실려 우리 동네까지 오는 것을 제외하면 나쁜 점이라곤 없다.”

관광객도 이 농장에 쉽게 갈 수 있다. 지난해 9월 바티칸 박물관은 방문객을 위해 이른바 ‘2개의 바티칸’(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과 카스텔 간돌포 교황 별장) 사이를 왕복하는 열차 서비스를 개시했다. 교황 별장도 법적으로 바티칸 시국의 일부다.

열차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가까운 대리석 건물에 자리 잡은 바티칸 전용 기차역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짧은 국철 노선인 바티칸 철도(약 300m)를 달려 이탈리아로 진입한 뒤 교황 별장이 있는 카스텔 간돌포로 향한다. 기차역에서 별장까지 운영하는 셔틀 버스도 있다.

방문객은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여름 별장 유적을 지나 정원을 산책할 수 있다. 교황 별장에는 2개의 정원이 있는데 한쪽엔 장미, 다른 한쪽엔 목련이 심어졌다. 초목 한가운데 자리 잡은 농장에는 벌통과 가축, 과일 나무들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물과 자연을 사랑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했다. 교황이 기후변화에 관해 쓴 장문의 글과 동물도 천국에 갈 수 있음을 암시한 연설은 성 프란치스코의 행적을 본받은 듯하다. 성 프란치스코가 살아 있었다면 자기 땅에 난 과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로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을 분명히 지지했을 것이다.

- 실비아 마체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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