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소문 사진관] 입장 차이…해운대 갈매기, 관광객 그리고 관리소 직원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름철 국내외 피서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비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겨울철에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겨울철인 요즘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관광객들이 먹이를 던져주며 갈매기와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일본·중국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도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은 과자를 던져 줄 때 저공 비행하며 떼로 몰려드는 갈매기를 보며 "와~우! 하하하!' 등 감탄사를 연발한다. 심지어 먹이 주기에 익숙해진 외국인은 왼손에 든 과자를 받아 먹는 갈매기와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 미국에서 온 관광객 제임스 스톤햄씨(35)는 "해수욕장에서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며 기념촬영도 하고 겨울철 해수욕장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고 즐거워했다.

기사 이미지

이런 광경을 따라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덩달아 해수욕장 주변 상점의 과자 매출도 늘었다. 미쳐 갈매기 먹이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상점을 찾아 과자를 사기 때문이다. 특히 휴일에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과자 판매가 늘어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과자를 던져주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해수욕장 갈매기들은 먹잇감 구하기가 훨씬 편해졌다. 물론 눈치 빠르게 행동해야 무리 속에서 하나라도 더 받아먹을 수 있다. 그래도 직접 사냥을 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다. 인심 좋은 관광객들이 주는 풍족한 먹이 덕에 가끔은 비만 갈매기도 보인다.

기사 이미지

관광객과 갈매기가 행복해 하는 사이 고민이 늘어난 사람들도 있다. 해운대해수욕장 관리하는 사무소 직원들이다.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지말도록 한 시간에 한 번씩 안내방송을 한다.

기사 이미지

손정식 해운대해수욕장 관리사무소 운영팀장은 "갈매기의 야생성이 없어지고 또 많은 갈매기들이 과자 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몰려들어 날개에 피부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해수욕장 시설물에 갈매기 배설물이 많이 떨어져 보기에도 안좋고 부식이 심해져서 관리비도 많이 들어간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