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박스'라 불린 개성공단…그간 얼마나 들어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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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가동 직후부터 북한의 ‘달러 박스’가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기준 개성공단 근로자는 약 5만5500명이다. 이들이 매달 받는 급여 총액은 700만~850만 달러(83억여~101억원)에 달한다. 지급 방식은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현금이다. 기본 수당 외 보너스 등을 합하면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현금 다발이 북한에 들어간다. 북한의 입장에선 개성공단이 합법적으로 달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창구인 셈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지난해에만 1320억원(1억1022만달러)이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됐다”고 밝혔다. 연평균 600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던 금강산 관광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이는 개성공단이 남북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북한에게 얼마나 소중한 돈줄인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들의 생산액은 5ㆍ24 대북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5년 1491만달러(약 168억원)를 기록했던 연 생산액은 10년간 약 35배 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1~11월에만 5억1549만 달러(약 6172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생산액은 31억8523만 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남북 간 총 교역액 27억1349만달러(약 3조2494억원) 중 99%가 개성공단에서 발생했다. 이 대목에서 이번 조치에 따른 득실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북측에 지급하는 금액이 1억 달러인데 비해 우리 기업들의 매출은 5억 달러를 넘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인건비로 들어가는 돈이 연간 1억 달러(약 1200억원) 정도인 데 반해 공단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 5억1500만달러(약 6100억원)를 넘었다”며 “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오히려 우리 쪽에 손해라는 현실적인 계산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이 임금으로 지급돼온 1억 달러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근로자 5만5000여 명과 이들의 가족 20만여 명이 생계에 직접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에 공급하는 수돗물이 개성시에도 제공돼온 것을 감안할 때 민심이 악화될 수도 있다.

또 북한의 외자유치 활동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총 26개 지역을 경제개발구로 지정하고 외자유치에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은 북한 리스크를 더욱 키워 외자도입이 더욱 어려뤄질 수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유무형으로 북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성공단을 통한 지급돼온 달러의 군비 전용 논란은 수그러질 전망이다. 그동안 서방에선 공단 근로자 임금의 상당 부분이 북한 당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2006년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인권특사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실제 임금은 하루 2달러도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남북은 ‘임금직불제’를 도입했지만, 미 정계의 보수파들은 여전히 “개성공단 임금의 대부분이 미사일 개발 및 핵실험에 쓰이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재준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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