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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규탄 결의안도 채택 못한 국방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오후 4시15분.

북한이 로켓 발사를 한 지 6시간도 안 돼 국회 국방위원회가 열렸다. 설연휴 기간이었지만 17명의 국방위원 중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의원,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외에 전원이 참석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해서였다.

이날 국방위원회는 오후 7시18분까지 열렸지만 끝내 규탄 결의안은 채택하지 못했다. 양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합의해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 중지 ^국제사회의 제재에 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 ^킬체인(Kill-chainㆍ선제타격시스템) 및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포함한 다각적 군사적 능력을 조속히 갖출 것 ^북한당국과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위한 남북대화 노력 등이 담겼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국회 국방위는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와 ‘남북대화’라는 두 단어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한미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를 위한 공식 협의를 시작했는데, KAMD를 그대로 두면 뒤따라가는 표현”이라며 KAMD 대신 미사일 방어체계(MD)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더민주 진성준 의원은 “미군이 구축하는 MD체제에 스스로 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주변국의 시각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반대했다. '남북대화 노력'이란 표현에 대해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두들겨 맞으면서 대화한다고 하는데 무슨 놈의 대화를 하느냐”고 했고, 같은 당 송영근 의원도 “남북대화 노력을 경주하라고 하는 건 물타기다. 결의안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문구”라고 말했다.

양당 간 언쟁이 계속되며 다른 문제도 생겼다. 의원들이 지역구 등으로 내려가기 위해 1명씩 사라졌다. 결의안 채택은 이렇게 해서 무산됐다.

더민주 윤후덕 의원은 “양쪽 간의 공방이 계속되며 결의안을 채택할 정족수에도 의원수가 미치지 못하게 됐다”며 “위원장(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산회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8일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한반도를 위시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무모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국방위가 넘지 못한 “남북당국 간 대화재개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KAMD 등은 빠졌다. 여야는 10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규탄 결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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