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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당첨자 잘 모셔라”…‘애프터마케팅’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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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강일구 ]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을 종종 하죠. 이 말을 가장 실감할 때가 계산 후입니다. 온갖 감언이설로 살갑던 주인장이 값을 치르고 나니 시큰둥하게 달라지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죠. 서운하긴 하지만 경제학의 생리겠죠. 그런데 요즘 분양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이른바 ‘잡은 물고기’인 청약 당첨자에게 공들이는 주택건설업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대우건설은 안성 푸르지오 아파트(759가구) 계약자를 위한 자동차 3대와 TV(50인치), 전자렌지 등 가전제품을 추첨을 통해 나눠줬습니다. 당첨되지 못한 나머지 계약자 모두에게 케이크를 제공했습니다.

대림산업은 계약자의 친구까지 챙겼습니다.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견본주택을 찾은 계약자에게 홍삼을 나눠주고 계약자와 함께 온 방문객에게는 주방용품(8종)을 선물했습니다. GS건설은 신반포자이 당첨자 뿐 아니라 1순위 청약자를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3일간 재즈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이전까지 아파트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업체들은 예비 청약자에게 정성을 쏟았습니다. 새 아파트를 사려면 우선 청약 제도를 거쳐야 합니다. ‘이 아파트 사고 싶어요’라는 의미로 청약 접수를 하고 당첨이 되면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계약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됩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청약률을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약률이라는 것이 곧 분양 성적표이기 때문이죠.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은 인기 있는 단지, 괜찮은 상품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청약률이 곧 계약률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청약 접수를 받기 전에 ‘우리 아파트 청약 많이 해주세요’라며 다양한 선물과 행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예비 청약자가 아니라 당첨자 관리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이 아파트 사고 싶어요’라며 청약 접수를 하고 당첨됐지만 막상 계약을 하지 않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최근 수도권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는 평균 청약 경쟁률이 3대 1이었지만 계약률은 50%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청약 했다가 막상 당첨되니 수억원짜리 아파트에 부담을 느낀 수요가 빠져나간 영향입니다. 사실 2012년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이 폐지(투기과열지구 제외)된 것도 큰 이유입니다. 이전에는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은 1~5년간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지금보다 신중했죠.

아무튼 업체들이 '청약 후'에도 관심을 쏟는 다니 반가운 일이네요.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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