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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부모 살인죄 기소…믹서기 구입하고 청국장 끓여 냄새 감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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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학생 아들 최군 시신훼손 사건으로 폭행치사, 사체손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친아버지 최모(34)씨가 21일 전 주거지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경빈 기자

초등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집 냉장고 등에 유기한 '경기도 부천 최군(당시 7세) 사건'의 피의자들인 부모가 모두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버지에게만 살인죄를 적용했던 경찰 수사와 달리 어머니에게도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최군의 사망 시점도 경찰 수사 때(2012년 11월8)일보다 5일 앞선 11월 3일로 검찰은 결론냈다.

이들 부부는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기 위해 가정용 대형 믹서기 등 도구를 구입하고 시신이 썩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청국장을 끓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박소영 부장검사)는 5일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은닉,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최군의 아버지 최모(33)씨와 어머니 한모(3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씨 부부는 학대로 2012년 11월 3일 아들 최군이 사망하자 흉기와 고글, 믹서기 등을 구입해 같은 달 6~8일간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군의 사망 시점을 2012년 11월 3일이라고 봤다. 앞서 경찰에서 발표한 사망 시점(11월 8일)보다 5일 앞선 것이다.

검찰은 최군이 2012년 10월 말쯤 아버지 최씨의 폭행으로 욕실 바닥에 넘어진 이후로 건강이 악화하면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최군은 아버지의 학대로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 이후 거동하지 못하고 대소변도 누워서 볼 정도로 상태가 위중해졌다. 사망 3일 전에는 혼수상태였다. 하지만 부부는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의 지속적인 폭행과 굶주림으로 최군은 사망 당시 2살 어린 여동생(8)보다 가벼운 16㎏ 정도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욕실에서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은데다 거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최군이 11월 3일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대한 아버지 최씨뿐 아니라 어머니 한씨도 다친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는 등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만큼 부모 모두에게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구호조처 등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최씨와 한씨는 아들이 숨지자 다음 날까지 시신 처리를 고민했다. 이후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흉기와 위생장갑, 고글 등을 구입했다. 그 다음 날에는 '영화에서 본 대로 시신을 훼손'하기 위해 믹서기 등도 구입했다. 시신의 악취를 막기 위해 3번이나 청국장을 사다가 끓이기도 했다.

이들은 알리바이(현장 부재 증명)를 만들기 위해 아내 한씨에게 6~9일 사이에 친정을 다녀오도록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검찰은 이들이 아들 최군의 시신을 같은 달 6~8일 사이에 훼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부는 아들의 시신을 집 냉장고와 인근 운동장 야외 화장실에 버렸다.

부부는 검찰에서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일부를 집에 유기한 이유를 "차량이 없어서 (시신을) 옮길 수단이 없는데다 가족끼리는 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최씨는 최군을 2살때인 2007년부터 학대했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싸우는 등 문제를 일으키자 훈육 차원에서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대는 최군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 뒤 문제를 일으키면서 극에 달했다. 최씨는 최군을 2012년 4월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고 심하게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부부의 학대는 최군의 여동생에게도 영향을 줬다. 검찰이 심리분석을 한 결과 최양에게서 '정서적 학대' 징후가 나타났다. 오빠가 학대를 당하는 것을 목격한 최양이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고 오히려 과장된 행동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양은 상을 받지않았는데도 "학생 대표로 상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어느날 사라진 오빠 처럼 자신도 부모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 증세를 최양이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는 최군의 여동생에 대한 최씨 부부의 친권 상실도 법원에 함께 청구했다.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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