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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아들 피해 비닐하우스·축사에서 생활한 부모

중앙일보

입력

 
경남 거창의 한 부모가 아들의 폭행을 피해 비닐하우스와 축사에서 수시로 생활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들은 이 같은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항소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형사1단독(판사 이세훈)은 4일 부모를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2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4년 10월 11일 오후 7시20분쯤 경남 거창군의 자택에서 빚이 많다는 이유로 아버지(60)의 허리를 자신의 두 다리로 꼬아 세게 압박하는 등 지난해 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아버지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또 2014년 12월 10일 오후 7시쯤 지적장애 3급인 어머니 조모(49)씨가 집을 자주 나간다는 이유로 무릎 부위를 발로 두차례 걷어차는 등 지난해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어머니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아들의 폭행을 피해 집에서 1㎞ 가량 떨어진 밭의 비닐하우스에서 노숙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버지도 아들의 폭행을 피해 소를 키우는 집안 축사에서 지내곤 했다. 이들은 아들의 폭행을 피해 2~3일 정도씩 비닐하우스 등에서 지냈고, 폭행이 없을 때는 집에서 기거했다.

이씨의 폭행 사실은 지난해 10월 8일 아버지가 아내 조씨의 실종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아내가 전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5시간 만에 조씨를 찾았다.

그런데 조씨는 “아들 폭행이 무섭다. 집에 가기 싫다”며 귀가를 거부했다. 조씨의 몸엔 멍이 들어 있었다. 아들의 폭행을 의심한 경찰은 아버지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해 이씨를 붙잡았다. 조씨는 장애인 보호시설에 들어갔으나 심신불안 등으로 적응하지 못해 마산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이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이는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자녀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이 여전히 이씨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이씨는 “잘못을 인정할 수 없고 형량이 과하다”며 항소했다.

거창=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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