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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면서도 멋진 책”…한강, 미국에도 충격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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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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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잇따라 조명했다. 시적이면서 충격적이라고 했다. 일찌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도 한강 소설을 호평한 바 있다. [중앙포토]

“끔찍하면서도 멋진 책(This book is both terrifying and terrific).”(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운명과 분노』의 저자 로렌 그라프)

소설 『채식주의자』 호평 쏟아져
NYT “놀랄만큼 아름다운 산문”
국제적 베스트셀러 됐다고 평가
FT는 『소년이 온다』 집중 조명

“충격 때문에 손으로 입을 막고 읽어야 하는 책.”(오프라 매거진)

어떤 책에 대한 찬사일까. 이번 주 미국에서 출간되는 한국의 여성 소설가 한강(46)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영어명 ‘The Vegetarian’)』에 쏟아진 미국 내 문학전문가들의 칭찬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책 소개 코너에 올라와 있다. 칭찬하는 리뷰 건수와 정도에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를 능가하는 느낌이다.

그 칭찬 대열에 권위지 뉴욕타임스도 가세했다. 3일자 뉴욕판에 실린 ‘초현실주의에 뿌리를 둔 폭력적이고 관능적인 소설’이라는 제목의 긴 기사에서 소설 내용, 미국 평단의 반응을 자세하게 전했다. 필자는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뉴욕타임스로 자리를 옮긴 출판산업 담당 기자 알렉산드라 알터.

그에 앞서 한강의 소설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비중 있게 다뤘다. 지난달 영국에서 출간된 그의 또 다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영어명 ‘Human Acts’)』에 대한 상세한 리뷰를 실었다.

불과 며칠 전 미국의 문예주간지 ‘뉴요커’는 “한국인들이 정작 자국의 소설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수상만 기대한다”고 꼬집었지만 문학성 뛰어난 작품은 한편에서 착실하게 조명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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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egetarian(채식주의자)』(왼쪽)과 『Human Acts(소년이 온다)』 표지.

뉴욕타임스는 『채식주의자』가 ‘컬트적인’ 국제적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평했다. 작가 스스로 “극단적이고 기이하다는 독자 반응이 많았다”고 할 정도지만 20개국 가까이 판권이 팔렸다고 소개했다. 영화로 만들어져 2010년 미국의 최대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에 출품된 사실도 전했다.

소설은 한 여성이 육식을 거부한 끝에 나무로 변한다는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육식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폭력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그런 소설이 어떻게 미국의 문학 전문가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기사에서 미국의 신예 소설가 에이미어 맥브라이드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라고 평했다. 그 두 요소 사이의 긴장이 예외적인 효과를 창출해 독자는 즉각 작품 속에 빠져들어 완전히 방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 테크닉도 놀라울 정도여서 인위적인 흔적(seam)을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두 작품 모두 번역은 영국 런던대(SOAS)에서 공부한 20대 후반의 데보라 스미스가 했다.

지난달 FT의 기사는 『소년이 온다』 책 내용 소개에 집중한 전형적인 리뷰 기사다. 2014년 국내 출간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항쟁을 다룬 작품이다. 위축된 국내 문학시장에서 이례적으로 5만 부 넘게 팔리며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 바 있다.

FT는 『채식주의자』 내용도 함께 소개하며 두 작품 모두 외부 폭력에 의해 신념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통해 과연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암울한 성찰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문제는 미국과 영국의 일반 독자들이 과연 한강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 독자들은 외국 소설에 대해 거부감이 덜하다고 했다. 『채식주의자』가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면 신경숙 등 미국에 먼저 소개된 몇 안 되는 한국작가군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K-팝 같은 한국의 대중문화는 열심히 수입하면서 역동적이고 다양한 한국 문학 소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미국 문학계의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소설가 한승원(77)씨의 딸인 한강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시로 먼저 등단해 시집도 냈다. 80년 광주를 직접 겪진 않았지만 간접 경험한 폭력의 끔찍함을 시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작업에 천착해 왔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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