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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또 뚫린 인천공항,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또다시 뚫렸다. 지난달 29일 외국인 환승객이 입국장 출입국심사대를 강제로 열고 국내로 밀입국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중국인 부부가 인천공항 출국장을 통해 밀입국한 지 8일 만에 똑같은 보안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N(25)은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일본 나리타로 갈 예정이었으나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이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N이 2층 무인 자동 심사대 문을 강제로 열어젖히고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N이 심사대 문을 열었을 때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동 심사대를 지켜보고 있어야 할 직원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한다.

답답한 건 이것뿐이 아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항공사의 미탑승 신고를 받은 뒤 1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N의 밀입국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N은 3주 전에도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시도했던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에도 환승객으로 도착한 뒤 출입국심사대로 갔다가 비자가 없어 입국이 거부됐다는 것이다. 당시 N의 입국 시도에 경각심을 가졌다면 다시 환승객으로 왔을 때 특별 관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자동 심사대 12개 구역의 보안·관리 업무를 민간 용역업체 경비원 16명이 교대근무로 맡았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불과 며칠 전 중국인 부부 사건으로 밀입국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그만큼 기강이 흐트러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같은 날 공항 1층 남자 화장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모방범죄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으로 책임이 줄어들지 않는다. 테러 세력 등의 국내 유입을 막아내야 할 상황에서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치는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국가정보원과 법무부·국토교통부·공항공사·경찰 등 관련 기관들이 보안시스템을 새롭게 재편하지 않는 한 똑같은 사고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감사원이 보안 실태에 대한 감사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