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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현대·기아차 무노조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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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현대·기아차그룹이 무노조·비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중견 업체에 완성차를 위탁 생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생산비용을 줄이고 노조 문제도 피한다는 전략이다. 그 '실험현장'인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를 찾아갔다. 이 회사는 기아차의 유럽지역 수출 주력 차종인 '모닝'을 생산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서해안 쪽으로 20여분을 달리면 오른쪽 언덕의 2만평 부지 위에 서 있는 말끔한 자동차 공장 건물이 나타난다. 차체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로봇팔들이 불꽃을 튀기며 용접을 하고 있었다. 엔진과 차축 등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로 만드는 의장공장에 가야 비로소 근로자들을 볼 수 있다. 시설이 국내 최고 수준인 현대차 울산공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기본 지키니 최고 품질=모닝의 소비자 불만율(100대 당 클레임 건수)은 10% 미만으로 현대차 울산공장(12~15%)보다 적다. 동희오토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입사할 때부터 생산의 '기본 수칙(ABC)'이 왜 중요한지를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품질 관리로 '모닝(수출명 피칸토)'은 유럽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독일 4대 자동차 전문지 중 하나인 '아우토 차이퉁'은 지난 2월 모닝이 시트로엥의 대표적 소형차 'C2'보다 우수한 차라고 평가했다. 위진동(공장장) 상무는 "처음엔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떨어져 걱정을 했으나 근로의욕이 높아 생산성도 빠른 속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차 생산=동희오토는 대기업의 수출용 완성차를 OEM으로 조립생산하는 국내 첫 중견업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현대.기아차의 생산공장과 다름없다. 땅과 건물은 현대차, 설비는 기아차의 자산이다. 관리직 150명은 정사원이나 생산직(850명)은 동희오토와 계약한 11개 도급업체 직원들이다. 법적 모기업인 동희산업의 이동호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공장장과 재무담당 상무 등 책임자는 현대.기아차 출신이다.

지난해 동희오토의 매출액은 794억원. 경차 11만4000대를 생산한 회사로는 매출액이 적은 편이다. 이는 기아차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완성한 뒤 돌려 주고 한 대당 50만원 안팎의 임가공비를 받기 때문이다.

◆고임금으로는 경차 생산 어려워=동희오토 생산직 근로자(고졸 2년차 기준)의 월 임금은 160만원 가량으로 현대.기아차 근로자에 비해 적다. 생산직 근로자 평균 나이도 동희는 31세로 40세를 넘는 현대.기아차보다 젊다. 위 상무는 "높은 임금으로는 이윤이 적은 경차를 생산하기 힘들다"며 "일본의 혼다와 도요타 등도 경차는 도급업체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의 민경민 교선실장은 "동희오토와 같은 근로구조는 노조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산=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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