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리우 가니? 밤에 보세,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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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상대의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보완하면서 성장했다. 30일 오후 11시45분 열리는 한·일전을 앞두고 훈련 중인 올림픽팀. [사진 대한축구협회]

“일본전은 각오가 필요 없다. 무조건 이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 신태용(46) 한국 감독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
신태용 “수단·방법 가리지 않겠다”
일본 감독 “런던 패배 되갚을 것”
올림픽팀 역대전적 6승4무4패

 “진정한 아시아 넘버원이 될 기회다. 런던의 패배를 되갚겠다.” - 데구라모리 마코토(48) 일본 감독

 30일 오후 11시45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을 앞두고 한·일 양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밝힌 각오다.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치열하게 경쟁한 두 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와 ‘아시아 축구 맹주’의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한다.

 국제무대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일본이었다. 일본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앞서나갔다.

80년대 들어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83년 출범한 수퍼리그(프로축구 K리그의 전신)가 자양분 역할을 했다. 한국은 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2차전에서 일본을 연파하며 32년 만에 본선에 올랐다. 80년 이후 20년간 일본과 26차례 싸워 15승6무5패로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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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축구의 가파른 성장에 자극받은 일본은 수퍼리그를 철저히 분석한 뒤 93년 J리그를 출범해 새 도약의 기틀을 닦았다. J리그를 통해 실력과 경험을 쌓은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세 차례 아시안컵 정상(2000·2004·2011년)에 오르며 다시 한국을 앞질렀다.

같은 기간 한국은 한 차례 준우승(2015년)했다. 최근에는 한국이 일본 축구의 클럽 운영과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축구대결을 벌일 때마다 국민적인 관심과 함께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김병수(46·현 영남대 감독)가 결승골을 터뜨려 일본에 짜릿한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 전 일본 감독이 “한국 축구는 이제 종이 호랑이”라며 도발한 것에 대해 김삼락(76) 당시 한국 감독은 승리 후 “일본은 더 이상 축구 할 생각 말고 야구나 하라”고 맞받아쳤다.

4년 뒤 96 애틀랜타 올림픽 예선에서 다시 만난 두 나라의 맞대결(한국 2-1승) TV 생중계 시청률은 70.5%나 됐다.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만날 때마다 으르렁대지만 최근 두 나라 축구계는 한국과 일본이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인식을 공유한다.

한국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97년 11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 당일 ‘Let’s go to France together(프랑스에 함께 가자)’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당시 퍼포먼스를 기획한 양원석 전 붉은악마 대의원은 “라이벌(rival)이라는 단어는 ‘같은 강가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라틴어 어원에서 유래했다”며 “싫든 좋든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이인 만큼 서로에 대한 존중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한·일 축구 영웅 홍명보(47)와 나카타 히데토시(39)는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을 담은 『홍명보 나카타 TOGETHER』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한·일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나란히 4강(한국 3위·일본 4위)에 오른 두 나라가 그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가늠해보는 무대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한국이 박주영(31·서울), 구자철(27·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 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두 나라 올림픽팀 간 역대전적은 14전6승4무4패로 한국의 근소한 우세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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