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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고려 증도가 2점, 조선시대 것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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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천화상송증도가 [사진 = 중앙포토]

지금까지 고려시대 인쇄본으로 알려졌던 보물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이하 증도가) 2점이 조선시대에 인쇄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돼 있는 증도가 2점, 즉 서울 삼성출판박물관 소장 증도가(보물 제758-1호)와 경남 양산 공인박물관 소장 증도가(보물 제758-2호)를 지난해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대구의 김모씨 소장본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문화재청은 글자 상태와 책의 상태, 가필(加筆) 여부 등을 살펴 세 판본이 '삼성출판사 본-김씨 소장본-공인박물관 본' 순으로 인쇄됐다고 판단했다.

목판은 인쇄할 때마다 마모돼 후대에 찍으면 글자를 먹으로 덧칠하는 가필을 한다. 따라서 가필 여부는 인쇄본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김씨 소장본에서 조선 성종 대인 1472년 문신 김수온이 쓴 3장 분량의 발문이 있었으나, 최근에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발문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목판본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조선시대에 인쇄됐다는 '물증'을 없앤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 때문에 삼성출판사 본과 공인박물관 본이 역시 조선시대에 인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문화재청은 다만 목판 자체는 책에 나오는 각수(刻手)의 이름 등을 근거로 볼 때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김씨 소장본의 경우 김수온의 발문이 사라진 사실이 확인되면 문화재 지정이 어려워진다. 문화재청은 이미 보물 지정된 2점이 지정 해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밝혔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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