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창업 9만3000개 역대 최고…도소매·식당 등 영세업자가 7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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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52)씨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이면도로에서 상가·사무실 임대업을 한다. 요즘 세입자에게 전화가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기업 경기전망은 메르스 수준 위축
“국회 노동입법, 정부는 구조개혁을”

김씨는 “권리금 3억원을 내고 들어와 장사하던 세입자가 최근 권리금을 모두 포기하고 도망치듯 나갔다”며 “새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나가겠다는 세입자를 어떻게든 설득하는 게 요즘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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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체감 경기가 밑바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 상위 기업 600곳을 설문한 결과 체감 경기가 세월호 사고 직후인 2014년 6월보다 나쁘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인 지난해 7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기업들은 최근 기업 경영과 관련한 우려사항으로 민간소비 위축(30.6%)과 중국 성장 둔화(2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세월호 사고나 메르스 사태 같은 돌발 악재가 없는데도 경기 전망치가 급락한 것은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윗목’ 못지않게 ‘아랫목’인 중소기업과 가계 경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메르스 사태 때보다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월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가 전달보다 3.9포인트 떨어진 78.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함께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다.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형 창업도 급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신설한 법인이 9만3768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초기 창업자금 규모를 살펴보면 5000만원 이하 신설법인 수가 6만8464개로 전체의 73%를 차지했다. 40대가 가장 많았다. 부동산임대업·도소매업 법인이 크게 늘었다. 불황의 파고 속에서 경쟁력이 약한 ‘영세 자영업자’가 늘어났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대기업 투자 증가가 중소기업 수익 증대 및 가계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권이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정부도 규제완화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함종선·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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