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없애자'…LA교육감이 제안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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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남녀공학 학교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LA통합교육구에 새로 취임한 미셸 킹 교육감이 남녀 공학을 없애고 분리 교육을 실시하자고 주장하면서다. 킹 교육감은 지난 14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녀공학을 없애고 분리 교육을 실시하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학부모가 우리 교육구를 선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킹 교육감의 이 같은 주장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줄리엣 윌리엄스 LA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5일 LA타임즈 기고문에서 "남녀 분리 교육이 학업성취도를 높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악영향만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남녀 분리 교육에 찬성하는 캐시 피추라커처 스테트슨대학 교수는 지역 라디오방송국 인터뷰에서 "지난 연구 결과를 보면 남녀 분리 학교의 학생들이 남녀공학 학생보다 더 높은 학업성취도를 나타내는 경향이 확연히 드러난다"며 "남녀 학생이 같이 있으면 서로 의식하고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1972년 민권법을 개정해 남녀 분리 수업을 금지했다가 지난 2006년 이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남녀 분리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가 점차 늘었다. 남녀 공학 폐지를 주장하는 전미단성공교육협회에 따르면 2012학년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최소 506개 학교가 남녀 분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LA통합교육구에서 킹 교육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남녀 분리 학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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