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좋은 경제 정책은 정확한 통계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기사 이미지

김태윤 경제부분 기자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2015년 벤처기업 정밀 실태조사’ 결과가 부풀려졌다는 본지 보도<1월 22일자 1면> 후 중소기업청은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요지는 ‘의도적으로 벤처 매출을 부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기청은 2014년 12.5%였던 매출 100억원 이상 벤처 비중이 2015년 조사에선 어떻게 26.9%로 급증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중기청 조사대로라면 국내 벤처 중 매출 100억원을 넘는 곳이 1년 사이 3600개에서 무려 8000개로 증가했다는 말이 된다. 통계를 떠나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중기청은 매출 자료가 없거나 미비한 벤처 7300개(23.4%)곳이 이번 실태조사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공식 해명과 달리 취재 과정에서 중기청 관계자는 “중앙일보 취재 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해 리서치 업체에 문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 측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매출 분포가 이상하게 나와 걱정했었다”며 “2000여 개의 표본이 3만 개 벤처를 대표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겠다”고 털어놨다.

 이는 벤처 실태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연구원이나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은 “중기 매출 통계가 부족해 연구에 애를 먹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국세청 자료는 협조가 안 되고 통계청에서 제공받는 중기 매출 데이터 역시 마스킹(별표로 숫자를 안 보이게 하는 것) 처리가 많아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다”는 토로였다. 모든 통계가 그래야 하지만, 정부 통계는 신뢰가 생명이다. 정확해야 하고 왜곡도 실수도 있어서는 곤란하다. 신뢰를 잃는 순간 통계는 물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책도 약발이 듣지 않는다. 이 참에 중기청은 통계 조사 방식 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그간의 조사 방식이 중소·벤처기업 전체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고민했으면 한다. 더욱 정밀한 통계를 위해 국세청·통계청의 협력을 끌어낼 필요도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중소·벤처 정책이 나온다.

김태윤 경제부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