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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불황 韓·日 상반기 소비 트렌드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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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독신 여성인 회사원 김혜원(29.서울시 잠실동)씨의 일과는 오전 7시에 시작된다.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니는 그의 아침 식사는 햇반 등 즉석식품이다.

출근 준비에 바쁘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여 인스턴트 커피를 타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휴일엔 인라인 스케이팅 동호인들과 함께 운동을 즐긴다. 金씨 같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소비생활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1일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상품들을 대상으로 소비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3S 소비 패턴'을 반영한 제품들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도 사회적 환경이 소비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소비 패턴은 3S=3S 소비 패턴은 'Simple(간단한).Speedy(빠른).Saving(절약하는)'을 일컫는 말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3S 관련 상품별 판매량은 디지털 카메라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백42%의 성장률을 보였고 전동 칫솔(1백10%)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 즉석식품.커피믹스.포장김치.전기주전자 등이 올 상반기에 잘 팔린 상품이었다.

신세계 이마트 이인균 마케팅실장은 "이 같은 현상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하는 젊은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사회가 요구하는 스피디한 생활 스타일도 이 같은 상품의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비 패턴은 소비자가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며 "이에 따라 변화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에선 '건강.도피.복고'=불황이지만 현실에서 탈출하고싶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고, 건강에 좋다고 소문난 상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닛케이(日經) 유통신문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는 두유.감자소주.식초차 등 건강을 강조한 상품들이 유난히 인기를 끌었다. 이 중 가장 히트한 것은 식초로, 꿀 등을 넣어 원기회복 또는 다이어트용 건강음료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이 대성공을 거뒀다. 산소를 보충할 수 있는 '내셔널 산소 보충기'는 물건을 대기 힘들 정도였다.

현실 도피형 상품의 대표적인 것은 애완견 '치와와'.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머금은 채 모 업체의 광고에 등장했던 치와와는 일본 여성들의 현실 도피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난해보다 가격이 두배(평균 45만엔)로 치솟았는데도 일본 내 치와와 수는 지난해에 비해 34%나 늘었다. 복고풍도 유행해 자동차 업체인 마즈다는 왕년의 인기 모델이었던 'RX-8'스포츠카를 다시 판매해 하루 만에 5천여대를 팔았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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