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명암] 아프리카 '反부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 얼굴'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등에 업고 다른 나라 공격을 서슴지 않는 '야만의 이미지'로 비친다. 그러나 미국내에서는 국가를 보호하는 '수호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아프리카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7일부터 5박6일간 세네갈.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우간다 등 5개국을 순방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시각은 차갑다.

한 나이로비 시민은 "현지 언론들이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오일 거래나 다른 자원개발 관련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온다는 의미의 '오일 사파리'로 규정했다"고 빈정댔다. 남아프리카 로데스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는 케냐 출신 여대생은 "미국인의 탐욕과 이기심을 고려하면 (부시 대통령의 방문이) 아프리카나 아프리카인들의 복지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 현지인은 특히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차례로 정복하는 등 다른 나라들을 빼앗고 있다. 다음 목표는 오일이 있는 짐바브웨가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정서가 극도로 악화됐음을 보여줬다.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아프리카의 보통 사람들뿐 아니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같은 정치적 거물들에게도 퍼져 있다. 이라크 전쟁 발발 전 부시 대통령에게 '제대로 생각도 못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만델라는 부시 대통령이 "유엔을 '왕따'시키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힘으로 전복시켰다"고 최근 또 다시 비난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미 대통령 일행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무르는 동안 '우연하게도' 나라를 떠나 있을 예정이다. 이런 반미감정을 반영하듯 부시 대통령의 도착에 맞춰 전쟁을 반대하는 수천명의 아프리카인들은 남아공화국의 미국 영사관 주변 등에서 부시의 아프리카 방문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반미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서도 부시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아프리카 대륙을 휩쓸고 있는 각종 분쟁과 기근문제를 해결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중학교 선생인 존 피터 바발라는 "부시의 방문을 계기로 콩고에 평화가 깃들고 아프리카가 개발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요하네스버그 신화(新華)=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