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법관평가서 꼴찌한 판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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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의 A 부장판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관평가에서 최하위 법관으로 평가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일 지난 1년간 진행해 온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A 부장판사는 100점 만점 중 22.8점을 받았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A 판사는 “항소이유를 1분씩 구술변론하라”고 주문한 뒤 1분이 지나자 “다음사건을 진행하겠다”고 해 변호사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또 갑자기 어떤 판례번호를 불러주면서 해당 판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오라고 주문하는 등 고압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당사자들이 반대하는데도 무리하게 조정을 유도하거나 증거신청을 취하하도록 요구한 뒤 패소판결을 하는 등 부적절한 재판진행도 문제가 됐다.

판사들의 막말 사례는 올해도 지적됐다.
이혼 사건의 여성 당사자에게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느냐.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고 폭언을 퍼부은 판사, 음주운전 사건에서 검사가 집행유예를 구형하자 “수사검사가 (피고인과) 서로 아는 사람이냐. 친구 아니냐. 왜 이렇게 봐줘”라고 반말로 물은 판사도 있었다.
변호인이나 당사자의 변론권이나 진술권을 침해한 사례도 있었다.
피고가 다소 긴 서면을 제출하자 “다음부터는 5페이지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한 판사, “전에 유사한 사건을 해봐서 더 볼 것이 없다”며 처음부터 심증을 드러낸 판사, 피고인이 피해액 5000만원을 공탁하자 “공탁하면 형을 깎아줄 줄 아느냐”고 말한 판사의 사례도 제시됐다. 하지만 100점 만점에서 50점 이하를 받은 하위법관의 비율은 3.24%로 지난해(4.58%)보다 줄었다.

허익수 판사(서울가정법원), 정형식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 여운국 판사(서울고등법원), 임선지 부장판사(광주지법 목포지원), 손주철 부장판사(춘천지법 원주지원), 송미경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김관용 판사(서울고등법원), 임정택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는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받아 우수법관으로 꼽혔다.

‘우수법관’들이 보여준 공통된 덕목은 경청ㆍ이해ㆍ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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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7명으로부터 모두 100점 만점의 평가를 받은 허익수 판사는 장시간 조정을 진행하면서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장 4시간 반 이상 조정을 하면서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주고 법률적인 것 외에 당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은 판사도 있었다.

2015년 1년간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관평가는 서울변회 회원 1만2000여명 중 1452명이 제출한 8343건의 평가서를 토대로 했다. 모두 1782명의 법관이 대상이 됐다. 2011년 395명의 변호사가 939명의 법관을 평가했던 것에 비하면 변호사들의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광수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는 “궁극적으로 변호사들의 법관평가는 법원의 인사평정에 반영돼야 한다”며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서울대학교에 발주한 상태”라고 말했다.

임장혁ㆍ정혁준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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