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 TV프로 베끼기, 한국방송사들 속앓이 끝에 강경대응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중국 일부 방송·제작사의 한국 예능프로 베끼기에 대해 한국 측이 중국 관계 당국에 행정구제 요청을 검토하는 등 강경한 대응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S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월 7일 중국 상하이 동방위성TV에서 방송한 '사대명조(四大名助)'란 프로그램이 KBS 인기 예능 '안녕하세요'를 표절해 중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방송 이후 동방TV에 표절로 인한 권리침해에 대해 엄중 항의하고 즉각 방송중단과 정당한 판권구입 후 제작·방송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동방TV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다면 중국 규제기관인 광전총국에 행정적인 구제를 요청함과 동시에 법적인 구제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사대명조'에 대해 "일반 시청자 중에 선정한 의뢰인들을 대상으로 고민 사연을 소개하고, 해당 고민에 대해 방청객들이 투표하여 우승자를 뽑는 기본 설정이 '안녕하세요'와 동일"하다며 "스튜디오 형태, 구성, 진행방식, 사연 의뢰자 등장방식, 투표 및 우승자 선정 등 세부 설정도 거의 동일하여 중국내 네티즌들이 먼저 부끄러운 일이라며 방송사와 출연진에 비난 댓글을 달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방위성TV는 전에도 한국 예능프로를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여름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동방위성TV가 6월 14일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극한도전(?限挑?)'이란 프로그램이 제목부터 ‘무한도전’과 유사하고 ‘무한도전’의 포맷을 그대로 베낀 이른바 ‘중국판 짝퉁 무한도전’"이라며 "지금까지 방송된 내용을 보면 ‘무한도전’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특집 프로그램인 ‘나 잡아봐라’,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 ‘극한알바’, ‘여드름 브레이크’ 등의 내용을 짜깁기해, 이를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무한도전’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중국의 일부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우리나라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을 무차별로 베끼고 방송을 하고 있어 한류콘텐트가 세계로 확장되는데 큰 지장을 주고 있다"며 "또한 이같은 불법적인 제작 과정에 일부 한국에서 건너간 인력들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정식계약을 통한 한국 프로그램 포맷의 중국 수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이처럼 허가없는 한국 프로 베끼기가 횡행하면 논란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포맷 판매, 이를 통한 공동제작 등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 방송사들과 협력해왔다.

지난해만 해도 SBS는 중국 절강위성TV와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시즌2, 안휘위성TV와 중국판 '정글의 법칙'을 공동제작했고, Mnet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중국 강소위성TV에 포맷판매 계약을 맺었다. KBS '출발 드림팀'은 중국 심천위성TV와 합작 프로젝트로 10부작 '한중드림팀'을 제작,방송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ongang.co.kr

■ 스튜디오 구성 및 진행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