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깃발' 사과에···대만 총통 후보들 "가슴 아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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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가 대만 국기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하는 동영상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쳐]

그때는 몰랐다. 인터넷 방송에서 국기를 흔들었을 뿐인데… 그게 이토록 많은 관심과 질타를 받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周子瑜·17) 이야기다.  AP통신 등 외신은 이 17살 소녀가 양안관계 최대의 쟁점 인물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트와이스 쯔위 '중국은 하나' 사과
쯔위 고향 대만은 분노로 들썩여
민감한 양안관계 갈등 표면화 돼
중국과 우호적인 국민당도 눈치

총통 당선이 유력시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후보는 16일 오전 신베이(新北)시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직후 '쯔위 사건'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았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 후보 답게 그는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쯔위의 행동이 논란이 되자, 15일 쯔위와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사과문을 게재한 걸 두고서다.

쯔위는 이날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중국은 하나 밖에 없으며 전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중국인으로 해외 활동을 하면서 발언과 행동의 실수로 인해 회사, 양안 네티즌에 대해 상처를 드릴 수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양안관계의 민감한 이슈를 건드린 데 대한 소속사와 쯔위의 즉각적인 사과는 중국시장의 한류에 악영향을 우려한 발빠른 행보였다. 하지만 정작 쯔위의 고향 대만은 분노로 들썩였다. 차이 후보는 "국기를 흔드는 것은 국가와 일체감을 표현하는 건데 잘못된 게 아니다"면서 "쯔위의 사과도 아마 마음과 다른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우호적인 양안관계 정책 기조를 유지해온 국민당도 쯔위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후보는 투표 후 쯔위의 사과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다"면서 "국기를 흔드는 친구들과 영원히 같은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의 분위기는 대만과 정반대다.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는 쯔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다며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론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언제나 적용되는 것"이라며 "원칙을 흔드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잡미묘한 양안관계의 특수성은 92공식(九二共識)으로 상징된다. 1992년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다. 중국으로선 이미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기에, '대만의 독립'을 언급하거나 대만의 국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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