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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방역 실패 책임 양병국 해임을” … 문형표 징계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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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초기 환자들을 제대로 격리하지 않는 등 보건 당국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관리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복지부 공무원 등 9명 중징계 요구
삼성서울병원엔 과징금 부과 통보
병원명 늑장 공개 책임소재 안 가려
전문가 “문 장관 징계 빠진 건 문제”

 감사원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9월 10일부터 10월 29일까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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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신민철 제2사무차장은 브리핑에서 “방역 실패 책임을 물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 해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질병관리본부 고위 공무원 A씨의 강등을,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 B씨의 정직을 요구하는 등 보건 당국 관계자 9명의 중징계(해임·강등·정직)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형표 당시 장관 등 복지부 핵심 인사들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당시 현장에서 장관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등 실무자들이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책임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당시 큰 패착 중 하나가 병원명을 늦게 공개한 것인데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갔다”며 “문 전 장관이 징계 대상에서 빠져나간 것부터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국회가 지난해 8월 감사요구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여덟 차례 권고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관리대상 범위를 ‘환자와 2m 이내 한 시간 이상 접촉자’로 좁게 설정했다.

서울 강동구보건소는 2013년 관내에 배포해야 할 메르스 홍보물 1000부를 2년 동안 건물 지하창고에 묵혀뒀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5월 18일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도 환자의 방문국인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34시간이나 미뤘다.

특히 질병관리본부는 5월 21일 평택성모병원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1번 환자가 채혈실 등에서 197명과 접촉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병실 밖에서 접촉한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등으로 이동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병원명 공개를 미룬 것도 감염을 확산시켰다. 감사원은 “방역망이 뚫려 지난해 5월 28~31일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14번 환자 등 5명이 7개 병원을 거치면서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병원명 공개를 망설여 화를 키웠다”고 밝혔다.

병원명 공개와 관련해 지난해 6월 2일 문 전 장관은 “(정보 공개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었다. 메르스대책본부는 6월 7일이 돼서야 24곳 병원의 이름을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환자 관리 책임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삼성서울병원이 1번 환자의 ‘평택성모병원 경유’ 정보를 내부 의료진에게조차 공유하지 않아 이 병원을 거쳐 온 14번 환자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치료하는 바람에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또 지난해 5월 30일 메르스대책본부로부터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구받은 뒤 다음 날 678명의 전체 명단을 작성해놓고도 117명만 제출하고 나머지 561명은 6월 2일에야 제출했다. 이 때문에 76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빠지면서 4차 감염으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관련 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조치를 하라고 보건 당국에 통보했다.

김형구·이에스더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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