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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최고책임자 빼고 실무자 징계 요구한 메르스 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감사원은 14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물어 질병관리본부의 양병국 본부장(해임), 감염병관리센터장(강등), 보건복지부의 공공보건정책관(정직) 등 보건 당국 관계자 9명을 중징계하고 7명을 경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메르스 방역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감사의 결과다. 2015년 5월 첫 발병해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3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만6693명이 격리조치되면서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희대의 방역 실패 사건이 결국 현장 공무원 몇 명에 대한 징계로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메르스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던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이번 징계 요구 대상에서 쏙 빠졌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실무자들이 보필을 제대로 못했고 조사에서 새로 확인된 부분이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감사 결과 메르스 확산이 보건 당국 전체의 잘못으로 드러났는데도 진짜로 책임져야 할 지휘책임자인 장관에게는 아무런 징계 요구를 하지 않은 감사 결과를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특히 메르스 확산의 핵심적인 패착이 병원 명단 공개 지연이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부실 감사로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울 수 없다. 목숨을 걸고 현장으로 달려간 소방대원들에게 불을 제대로 끄지 못했다고 처벌하는 것이나 진배없다는 비아냥이 공직사회에서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선정 전 복지부 장관은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때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열심히 일한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며 희생양을 자처했던 최 전 장관의 처신이 그리울 뿐이다.

 보건 당국은 이번 감사 결과 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본부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에 오른 점도 주목해야 한다. 메르스 감염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등에도 불구하고 사전 대비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접촉자 격리만으로는 확산 방지에 한계가 있었는데도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 방역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복지부는 메르스 발생 초기 병원명 비공개 입장을 유지해 병원에서 제대로 대처할 기회를 앗아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감사로 메르스는 보건 당국의 안이함이 부른 총체적인 인재임이 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초동 대응 부실, 정보 비공개 등 확산 방지 실패, 삼성서울병원 환자 조치 문제 등 감사원이 지적한 사안을 새겨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보건 당국 모두가 메르스 확산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선진적인 방역 체계 마련과 함께 대대적인 보건의료 부서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뼈아픈 반성은 기본이다. 보건 당국이 제대로 움직여야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