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참신한 영입’ 문재인, 경제 입법에도 협조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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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1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2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탈당, 호남 지지율의 추락, 안철수 신당의 위협이다. 스스로 인정하듯 위기를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10호까지 이어진 새 인물 영입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념종속형이 아니라 전문·실용형이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 때 한명숙 열린우리당 대표는 운동권·시민단체·노동계에서 투사형 인물을 대거 영입했다. 이들은 기존의 친노 강경파와 연대해 당을 과격한 이념투쟁 노선으로 몰고 갔다. 당내에서도 “19대 비례대표 공천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총선에선 지금까지만 보면 크게 달라졌다. 운동권 대신 군·경찰·법조계·외교관·기업인 같은 전문 분야에서 영입되고 있다. 특히 불우한 환경을 딛고 유망한 IT기업을 일군 젊은 기업인이나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입지전적인 성공을 이룬 인물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당은 진작에 이런 정책을 취했어야 했다.

 하지만 인물 영입이 당의 본질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선거용 1회성 아니냐는 의구심도 많다. 더민주의 문제는 인물 몇 명의 충원이 아니라 주류세력의 의식 전환에 달렸기 때문이다. 어제 문재인 대표의 시국 담화는 이런 의구심을 강화시켜 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간제법은 유보하고 파견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근로자 파견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현장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표는 이를 악법이라 규정하며 봉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경제활성화 2개 법안과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논리도 변하지 않았다. 이 법들은 오랫동안 논의된 것으로 이제는 표결에 부치는 것이 합당하다.

 문 대표는 다음주 초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정국 전반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계획이다. 쟁점 법안을 확 털어낼 과감한 발상 전환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 대표의 눈길 끄는 새 인물 영입이 야당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선거용 이벤트란 걸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