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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수명, 일단 일주일 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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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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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 노사정 대타협이 산소호흡기 신세로 8일간 수명을 연장하게 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대타협 파기를 일주일 뒤로 미루면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 방침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물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경영계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한국노총 탈퇴 결정 19일로 보류
경제 5단체 “정부에 책임 넘기기”

 한국노총은 11일 서울 여의도 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 탈퇴 여부에 대한 판단을 19일로 미루기로 했다. 최두환 수석부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9·15 합의가 파탄났다”며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문제를 다룬) 정부의 지침을 백지화하고, 정부와 여당이 낸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쟁점 사안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김동만(사진) 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아 19일 오후 4시 기자회견 형식으로 파기 여부를 결정해 발표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이를 막으려는 온건파가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만 위원장은 회의 전 파기를 시사했다. 온건파 측은 “파기선언이 법적 효력도 없고, 한국노총이 파기의 책임을 지는 것 아니냐”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명분 쌓기용으로 일주일 유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 5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실상 파기 선언”이라며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으로선 청년고용과 비정규직 문제, 대·중소기업 상생, 실직자 생활보장, 출퇴근 산재인정과 같은 65개 항에 이르는 노사정 대타협을 일부 사안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한꺼번에 팽개쳤다는 비난을 감수하기엔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안을 낸 적도 없다. 투쟁에 나서도 동력이 없다. 파기 선언을 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입장발표문을 통해 “노사정 대타협은 합의 주체 일방이 임의로 파기·파탄선언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개 지침은 한국노총, 현장의 노사와 충분히 협의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했다. 임무송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지금까지 한국노총이 불참해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논의 테이블에 나오면 속도감 있게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한국노총의 회의 뒤 발표문을 보면 정부와 만나겠다는 내용이 없다”며 “노사정이 만나 치열하게 협의 해야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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