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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P 껑충 뛴 주택담보대출 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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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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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6개월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0.5%포인트 안팎 끌어올렸지만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중금리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를 유지했다. 예금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에 연동한 데 비해 대출금리는 별도로 정했다는 얘기다. 본지가 7일 4대 시중은행(신한·KEB하나·KB국민·우리)의 예금·대출금리 추이를 조사한 결과다.

금융당국 대출 속도조절 정책 펴자
은행들은 그 틈타서 이익 챙겨
예금 금리 그대로 … 소비자 불만

 신용대출보다 주담대 금리 인상폭이 컸다. 지난해 7월 이후 12월까지 4대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는 0.3%포인트 안팎으로 올랐다. 반면 주담대의 경우 변동금리(최저금리 적용)를 기준으로 최대 0.6%포인트 인상됐다.

 은행별로는 ▶우리(연 2.56%→연 3.06%) ▶신한(연 2.56%→연 3.11%) ▶KB국민(연 2.44%→연 2.96%) 순으로 금리를 많이 올렸다.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았던 KEB하나은행의 인상폭만 0.11%포인트(3.06%→3.17%)로 작았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빚을 진 가계의 이자 부담은 1조9000억원 늘어난다.

 은행이 기준금리가 오르지 않았는데도 주담대 금리를 올린 건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말 6개 은행(신한·KEB하나·KB국민·우리·NH농협·IBK기업)의 주택담보대출은 349조원으로 전년대비 11%(32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안심전환대출 전환분(27조8000억원)까지 합하면 실제 증가 규모는 60조원을 넘는다.

 금리 인상의 결정적인 계기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한 주담대 속도조절 정책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2016년 스트레스 금리 도입과 원금분할상환·고정금리 유도책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집단대출 점검에 나서 과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이러자 각 은행은 지난해 9~10월부터 대출금리 항목(기본금리+가산금리)에서 은행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끌어올렸다. 은행 입장에서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이 국내 금리에 미칠 파장에 대비해 금리를 미리 올린 측면도 있다.

 반면 지난해 7~12월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만기 1년)을 보면 ▶신한 S드림(연 1.3%) ▶KB국민 e-파워(연 1.6%) ▶우리 키위(연 1.6%)의 금리가 그대로였다. 금융소비자 단체는 대출금리는 인상하면서 예금금리는 올리지 않는 ‘이중 잣대’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하면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이 커져 은행 이익이 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형 은행이 비슷한 시기에 금리를 동반 인상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생긴 부채 리스크를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손쉽게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예금금리와 연동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예금금리 역시 기본금리는 그대로지만 우대금리 효과로 실제 은행 지점에서 적용하는 금리는 더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계좌이동제가 본격 실시되면서 주거래 고객 유치를 위해 각 은행이 우대금리를 늘린 만큼 이 부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책금리 인상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으로 주담대 금리 인상 추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강형구 국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존 대출자는 고정금리로 전환해 금리 인상 부담을 줄이고, 신규 주담대 수요자는 자신의 상환 능력에 맞게 대출 규모를 조정하는 ‘부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경·하남현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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