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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원회장 지낸 조정래 … 문재인, 한 달째 영입 공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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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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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정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5일 ‘인재 영입 3호’로 이수혁(67) 전 독일대사를 전면에 세웠다. 이 전 대사를 최종으로 설득한 말은 그리 길지 않은 다음의 한 문장이었다고 한다. “저와 당을 살려주십시오.”

문 “저와 당을 살려주십시오” 호소
이수혁 전 대사 수차례 찾아 영입

 문 대표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이 전 대사 영입을 시도했다. 대여섯 번이나 찾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대사는 “운동권도 아니고, 종북(從北)도 아니고, 정치인은 더더욱 아니고…”라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표는 “구호뿐 아니라 실현할 수 있는 외교·통일정책으로 총선·대선을 함께하자. 현 정부에 없는 협상 경험을 가진 외교·통일의 적임자는 이 대사밖에 없다”며 포기하지 않아 결국 ‘스카우트’에 성공했다.

 이 전 대사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1997년 주미대사관 참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의 뉴욕 유엔 대표부 주재 외교관과의 비공식 대화채널인 ‘뉴욕채널’을 최초로 개설했다고 더민주는 밝혔다. 2003년엔 북핵(北核)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한국 측 초대 수석대표를 역임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외교통상비서관을 지냈고,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거쳐 국가정보원 제1차장(해외담당)도 맡았다.

  문 대표는 “외교는 당의 인재풀이 빈약한 분야인데 이제 외교에도 손색없는 정당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기자들에게 “남북 문제와 우리 외교 문제를 생각하면 그냥 초야(草野)에 묻혀 책이나 읽고 있을 순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해 그는 “피해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은 채 양국 외교장관이 쫓기듯 서둘러 합의하고 ‘최종적·불가역적’이라고 선언했다”며 “정치적 합의와 다름없어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 출마 문제는 “당의 결정에 따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사의 고향은 탈당한 유성엽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이다.

 문 대표는 ‘탈당’에 대한 반격 포인트를 철저히 ‘영입’에 맞추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직후 그는 기자들 앞에서 다짐을 하듯 “필요한 것은 확장이죠…”라고 했다. 그런 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IT 벤처로 자수성가한 43세의 3000억원대 자산가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이 전 대사까지 영입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인재의 수혈 창구가 더 이상 486 운동권이나 시민운동 세력이 아니라는 선언”이라고 했다.

 문 대표의 영입 리스트에는 안 의원과 가까운 인사도 포함됐다. 안 의원의 멘토였던 고려대 장하성(경영학) 교수에 이어 호남 출신 공동선대위원장감으로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씨에게도 한 달째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조씨는 2012년 안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인사다. 하지만 조씨의 부인 김초혜 시인은 “응할 생각이 없다. 글을 쓰러 지방에 가서 6월 말이 돼야 돌아온다”고 전했다. 조씨와 접촉했던 시인 출신 도종환 더민주 의원은 “쉽지는 않다”면서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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