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옹립 반대"… 일본 우익 "1000년 전통 무시말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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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왕실의 여성에게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기 위해 왕실 전범을 개정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암초에 부닥치고 있다.

일 보수.우익 진영에서 "왕실에서 1000년 넘게 지켜온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발언이 금지돼 있는 일부 왕족도 공개적으로 '여계(女系) 여왕 옹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왕의 사촌인 도모히토(寬仁) 친왕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주도로 마련된 왕실전범 개정안을 비판했다.

도모히토는 "불과 1년여 만에 여성.여계 여왕을 인정키로 결정한 것은 졸속"이라며 "왕실 혈통 계승이란 중요성을 감안해 차분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의 회보를 통해 '여왕 옹립론'에 이의를 제기했다.

정치권에도 불만을 품은 세력이 많다. 전국적 조직을 갖춘 우파 단체인 '일본 회의'산하의 국회의원 간담회는 지난해 12월 정부 개정안에 대항해 남계 유지를 골자로 하는 별도 안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는 자민당을 중심으로 의원 240명이 가입돼 있다. 반(反)고이즈미 세력인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통산상이 회장이다.

자민당 초선 의원들도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등 우익 단체들 역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부계(父系)의 혈통이 끊긴 왕실 사정을 감안해 옛 왕족의 남성을 다시 복적시켜 왕위를 잇게 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왕실전범 개정안 반대 움직임이 확산돼 당초 3월 국회에서 이를 처리하려던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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