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해양 실크로드 문명 대 탐사

중앙선데이

입력

VIP 독자 여러분,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수 년전 실크로드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내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출발해 투르판(吐魯番)-쿠처(龜玆)-파미르 고원을 거쳐 중국의 서쪽 끝 카스(喀什)로 이어지는 이레간의 육로여행이었습니다.버스에 몸을 싣고 하루 10시간 넘게 서쪽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던,꽤 고단한 여정이었지만 일행을 인솔했던 중앙아시아 전공 학예사 선생님의 친절한 '강의' 덕분에 고대사와 인류학·문화교류사를 섭렵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던 황홀한 여행이었습니다.


수백년에서 수천년을 거슬러올라가는 시간여행-.한나라의 장건,당나라 고승 현장법사,그리고 신라의 혜초가 지나갔을 그 옛날 비단길을 되밟으면서 두근거리는 설렘과 전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소설 '서유기'의 무대로 삼장법사가 넘었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붉은 사암언덕 화염산,텐산대협곡,교하고성,조선족 화가 한낙연의 글씨가 벽면에 남아있는 키질 석굴,청 건륭제의 첩이었던 위구르족 출신 향비(香妃)가 묻혔다는 향비묘,이슬람 모스크와 바자르(시장)까지.시간이 쌓이고 공간이 덧칠되면서 이질적이고 이색적인 것들이 뒤섞여 빚어낸 묘한 조화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실크로드란 이름을 처음 붙인 사람은 독일의 지질·지리학자이자 탐험가였던 리히트호펜(1833~1905)이라고 해요.이 사람이 중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중국-중앙아시아-서북인도 일대에 걸쳐 형성됐던 무역로를 '실크 로드'라고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는게 정설입니다.당시 주요 교역품이 중국 비단이었던 데서 착안한 이름이죠.


고대 중국인들에게 처음 '비단길'을 열어준 사람은 한나라 관리 장건입니다.북쪽 국경을 넘어 약탈을 일삼던 흉노 때문에 골치를 앓던 한 무제는 BC 139년, 흉노와 원수지간인 대월지(터키·이란계)와 동맹을 맺어 흉노를 칠 계략을 세우고 장건을 서역에 파견합니다.대월지는 흉노에게 땅을 빼앗겨 파미르 고원 서쪽,지금의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일대로 쫒겨나 살고 있었기 때문에 월지를 만나러가는 원정길 자체가 큰 모험이었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장건은 도중에 흉노에게 붙잡혀 10년넘게 인질 생활을 합니다.결혼해 자식까지 낳고 살았으나 13년만에 탈출에 성공해 한나라로 돌아갑니다.장건은 무제에게 서역국에서 보고 들었던 정보와 문물을 소개하면서 그들과 교역할 것을 권합니다.장건의 서역출사가 시발이 돼 한나라가 서역국들과 교역을 시작하면서 역사적인 비단길이 열리게 된거죠.


실크로드는 교역로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종교가 소통하는 루트 역할도 했습니다.현장·법현·혜초 같은 고승들은 불교 경전을 수집하고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비단길을 따라 인도로 갔습니다.사람들은 서로 섞이고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입니다.그리스·로마의 문화와 인도의 불교 문화가 섞여 탄생된 간다라 미술이 비단길을 타고 전파된 것도 이런 이치지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빙하기가 끝날 무렵인 3만여년 전이라고 합니다.인류학자들 중에선 호모 사피엔스가 오늘날의 인류로 진화돼 온 비결로 장거리 여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란 점을 꼽는 견해도 있습니다.일견 타당해보이는 학설 아닌가요.여행은 교류이고 소통입니다.소통은 모방을 낳고,모방이 또다른 창조로 이어지면서 인류는 진화해온 것 아닐까요.안주하지 않고 탐험하는 것,서로 포용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DNA가 인류를 진화시켜온 경쟁력의 원천이 아니겠습니까.


2016년 병신(丙申)년을 맞아 중앙SUNDAY는 '해양 실크로드 문명 대 탐사' 기획을 준비했습니다.실크로드의 바닷길을 따라가면서 펼쳐졌던 해양 문명의 교류사를 되짚어보고 해양 실크로드의 현재적 의미를 탐구해보고자 합니다.'중국몽(中國夢)'을 들고나온 시진핑(習近平)주석의 국가발전·외교 전략의 핵심은 이다이이루(一帶一路) 구상입니다.이 구상은 주변국들의 협력과 환영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미국·일본과의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합니다.국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는 이 기획을 관통하는 메인 테마이기도 합니다.


육상 실크로드가 장건에서 출발했다면 해양 실크로드는 명나라 환관이던 정화(鄭和)에서 시작됩니다.명 황제 영락제의 지시를 받은 정화가 1405년부터 1433년까지 7차례에 걸쳐 남중국해와 인도양·아프리카 연안까지 30여개국의 원정에 성공함으로써 중국은 대륙과 바다를 동시에 호령하는 강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우리의 여정은 정화 원정대의 출발점인 푸젠(福建)성에서 시작합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주강현 원장이 중앙SUNDAY 취재진과 함께 시리즈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내부 물밑에서 나오고 있는 파열음의 한 자락을 취재했습니다.아직 겉으로 드러나진 않습니다만 새누리당내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간 신경전이 수위를 넘고 있는 듯합니다.총선 주도권을 청와대가 쥐느냐,당이 쥐느냐에 따라 총선후 정국은 물론 2017년 대선 후보 결정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기 싸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여기에 야권 분열이란 변수가 겹치면서 여당 분당론까지 거론되는 형국입니다.야권이 쪼개진만큼 여야 4당 대결구도가 된다고 가정하면 유불리의 셈법이 달라질수도 있다는 얘기죠.나름 성공적인 지지율 관리로 정국 운영의 그립을 강하게 쥐고 있는 박 대통령을 따르는 무리들이 친박 신당을 만들면 TK,PK에서의 강력한 지지로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호사가들 사이에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김무성 대표 주도의 새누리당식 공천체제에서 공천이 불안한 사람들도 대거 '구제'될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식이죠.무슨 무협지 같은 얘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자를 남자로 둔갑시키는 것 빼고는 다 가능한게 정치라고 보면 허무맹랑한 공상소설만은 아닌 듯도 싶군요. '안철수 신당'의 나비 효과가 '친박 신당'으로 이어질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관련기사]여권에서 솔솔 피어나는 '친박 신당론'친박 핵심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같이 못가…야권 분열이 여당 분열 불씨"


P.S. 마지막으로 한가지.'제작담당'이란 직함을 둘러싸고 적잖은 독자들로부터 '헷갈린다'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혼선을 피하기 위해 '편집국장'이란 직함으로 통일해 쓰기로 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혼란을 빚어 죄송합니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