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명배우와 작업하는 신인 감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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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충무로에 출사표를 던진 세 명의 신인 감독이 있다. 세련된 범죄물을 표방한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과 꿈 속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을 그린 '루시드 드림'의 김준성 감독, 그리고 궁합을 소재로 한 이색사극 '궁합'의 홍창표 감독이다. 전화인터뷰로 이들의 당찬 포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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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  *출연/ 장르/ 개봉일

황정민, 강동원/ 범죄 액션/ 2월 4일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검사와 사기꾼의 이야기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변재욱 검사(황정민). 그는 함께 수감중인 사기꾼 치원(강동원)이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단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묘책을 짜낸다. 이 영화는 ‘비스티 보이즈’(2008),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등 윤종빈 감독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경력을 쌓은 이일형(36)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 감독은 "검사와 사기꾼이 사건 해결을 위해 손을 잡는다는 설정에서 관객이 장르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희대의 사기꾼 치원이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는 허세에 사회지도층이 속아넘어가는 상황을 코믹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린다. 이 감독은 "고위층의 위선을 드러내는 풍자 코드를 곳곳에 넣었다"고 했다.

그는 또 "냉철한 검사의 모습을 보이는 황정민과 달리, 강동원은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유쾌한 거짓말쟁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2005~2009, FOX)를 즐겨 봤다는 이 감독은 “여느 '미드' 못지않은 세련되고 감각적인 범죄 오락물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루시드 드림’의 김준성 감독
설경구, 고수/ 판타지, 스릴러/ 4월

눈앞에서 아들을 납치당한 대호(고수)는 루시드 드림(자각몽)이라는 치료법에 희망을 건다. 대호는 꿈속에서 범인의 단서를 찾아내고, 형사 방섭(설경구)은 그 단서로 범인을 쫓는다. 직접 경험한 자각몽에서 영감을 얻은 김준성(32) 감독은 "꿈속의 세계를 긴박감 넘치게 펼쳐보이는 게 영화의 관건이다. 특히 후반 20분은 실사 장면 없이 컴퓨터그래픽으로만 채워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단편 ‘마지막 귀갓길’(2009)로 제46회 대종상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전설의 주먹’(2013, 강우석 감독)에 연출부로 참여해 경력을 쌓았다. 그는 "첫 촬영 때 설경구 배우가 ‘너만 믿고 따라가겠다’고 했을 때, 비로소 감독이 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래 김 감독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들고 여러 제작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꿈을 소재로 한 영화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러 번 퇴짜를 맞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다듬었다. 꿈 속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으로 이야기를 단순하게 만들어 영화화의 관문을 통과했다." 그의 말에서 뚝심이 느껴졌다.

‘궁합’의 홍창표 감독
심은경, 이승기/ 사극/ 개봉 미정

옹주의 신분으로 태어난 송화(심은경)는 내정된 부마(駙馬·임금의 사위) 후보가 궁금해 궁궐 담을 넘어 후보들을 미리 엿본다. 조선 최고의 궁합가 도윤(이승기)은 왕실 궁합가가 되어, 옹주와 부마 후보들 간의 궁합을 본다.

이 영화는 두 편의 사극 ‘미인도’(2008, 전윤수 감독), ‘조선미녀삼총사’(2014, 박제현 감독)의 조감독을 거친 홍창표 감독의 데뷔작이다. 홍 감독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라며 "인간은 결국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궁합을 소재로 한 만큼, 궁합을 어떻게 시각화해서 보여줄 것인지가 영화의 관건"이다. 홍 감독은 “CG로 구현된 궁합풀이로 정보를 전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독특한 화면을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홍 감독은 데뷔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7년 전 감독 데뷔를 앞두고 영화가 무산된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기에 이 작품은 그에게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홍 감독은 "한 컷 한 컷 정성들여 찍었다"며 "궁합이란 소재로 재미있는 사극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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