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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군사대국 행보 빨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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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은 지금 거침없이 군사대국을 향해 달려간다는 인상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활발해졌고 북핵 문제를 빌미로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보수세력들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조차 "과도하게 나간다""평화헌법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과거 일제에 의해 쓰라린 아픔을 겪었던 한국.중국 등 주변국으로선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8일 일본 최대 여당인 자민당의 헌법조사회가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꿔 군대 보유를 인정하고, 현행 헌법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가능케 하는 헌법개정안 요강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방위청은 또 항공모함에 준하는 초대형 함정을 건조키로 하는 등 다방면에서 군사력 강화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민당 헌법 요강안=최대 특징은 '국방군'의 설치다. 현행 헌법은 9조에서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자위대는 23만여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헌법상 군대가 아니라 행동에 제약이 많다.

이 때문에 보수세력들은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도 지난달 국회에서 "자위대는 군대다.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요강은 또 미국 등 동맹국이 전쟁을 할 경우 일본이 자동 참여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헌법 해석상 직접침략을 받을 경우에만 대응하는 '개별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이 행사되면 일본은 미군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세계 곳곳의 전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 진출도 가능하다. 요강은 "국제기구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요강은 또 "외국이 침략하면 총리가 국회 승인을 얻어 '국가긴급사태'를 발동하고 지방자치단체.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국민은 (국가의)독립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일제의 군국주의 헌법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다. 헌법조사회는 이 요강을 토대로 다음달부터 자민당 내에서 본격적인 개헌 논의에 착수한다. 내년에 개정안 초안을 만들어 다른 당과 조정작업을 할 방침이다.

군사력 강화=일본 방위청이 배수량 1만t 이상의 준항모급 호위함을 도입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방위청이 한반도 등에서 긴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 국민을 구출하고, 자위대를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등 해외활동에 파견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형 호위함은 1만3천t급으로 대형 헬기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현재 보유 중인 최대형 함선 '오스미'보다 46% 정도 큰 규모다. 방위청은 최근 원자력 잠수함처럼 하루 이상 잠수해 운항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도 건조키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또 정부의 방위정책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와 같이 총리.외상 .방위청장관이 참가하는 상설기구 '안전보장회의'를 만들고, 한국의 합참에 해당하는 통합막료회의에 설치돼 있는 정보본부를 방위청 직속기구로 개편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정보수집과 대응전략을 신속히 취하기 위해서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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