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쿠프랭 '신비한 바리케이드'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의 쿠프랭 가문은 독일의 바흐 가문과 같은 명문 음악가 집안이었습니다.

프랑수아 쿠프랭(1668~1733)은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 고용된 명인이었죠.

그가 작곡한 ‘신비한 바리케이드(Les Barricades Mysterieuses)’는 짧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묘한 느낌의 제목이 작품에 던져주는 아우라가 만만치 않습니다.

‘신비한 장벽’, ‘신비한 바리케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주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연주가들은 이 ‘장벽’을 사람 사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 삶과 죽음 사이, 내세와 초월 사이에 놓인 장벽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신비한 장벽’은 여인의 속눈썹이라는 추측도 있었습니다. 호사가들은 그것이 여인의 속옷이나 정조대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근거는 더욱 희박합니다.

이 곡을 연주한 스콧 로스는 “신비한 바리케이드를 만난 커다란 기차가 점차 속도가 줄어드는 광경”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쿠프랭은 기차를 보지 못했겠지요.

여러분의 ‘신비한 장벽’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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