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럽 간첩단 사건' 사형집행 43년만에 무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1970년대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故) 박노수 교수와 고(故) 김규남 의원의 무죄가 사형집행 43년 만에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 등으로 69년 재판에 넘겨졌던 박 교수와 김 의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60년대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직후 발생한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이다. 박씨는 6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국제법 등을 전공하고 동대학 국제문제연구소의 초청연구원으로 재직하다 69년 2월 국내로 돌아왔다. 두달 뒤 박씨는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로 연행됐고, 유학 시절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공작금을 받은 뒤 북한 노동당에 입당하고 독일 등지에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67년 민주공화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씨는 동경대 대학원 유학 시절부터 박씨를 알고 지냈다. 김씨는 69년 5월 박씨와 함께 유럽에서 이적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72년 7월 형이 집행됐다.

유족들은 2009년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3년 10월 고문에 의한 임의성이 없는 허위자백,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영국 유학 중 박씨를 알게 돼 그와 접선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5년을 확정받았던 김판수(73)씨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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