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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다리 타서 투찰가 담합' 대형건설사 4곳 전·현직 임원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발주한 공사 입찰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형건설사 4곳의 전현직 임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도로공사 입찰에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위반 등)로 대우건설·포스코건설·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의 전현직 임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법인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건설 김모(53) 전무 등 4개사 토목사업본부 임원들은 2010년 10월 국토해양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전남 적금~화양 간 3공구 해상 도로공사 입찰을 앞두고 투찰가를 사전에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무 등은 가격이 아닌 설계 방식만으로 경쟁을 하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이들 임원들의 지시를 받은 각사 부장 4명은 서울 서초동 한정식집에서 모여 추정 공사비의 94.80%, 94.85%, 94.92%, 94.97%를 놓고 사다리를 타는 방식으로 투찰가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해당 가격대로 입찰에 참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투찰 당일 상대방 회사에 직원들을 보내 감시까지 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결국, 1229억여 원으로 투찰가를 가장 적게 적어낸 현대산업개발(공사 추정비 94.80%)이 낙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실을 적발해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에는 각각 18억여 원과 42억여 원의 과징금을,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각각 18억여 원과 29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검찰에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이유로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법인만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자체 수사를 통해 고발된 2개사 법인 뿐 아니라 담합을 지시한 당시 각 사 임원 4명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계속된 적발에도 가격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 건 임직원들은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며 “행위자 개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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