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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회에서 받은 용돈 갈취한 10대 무더기 입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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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에 사는 김모(15)군은 지난 7월 초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한 교회를 찾았다. 1시간 가량 설교를 듣고 난 뒤 목사로부터 용돈 명목으로 1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5분 만에 돈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다. 교회 밖에 있던 형들이 돈을 갈취해서다.

이 교회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예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점심값 명목으로 1인당 1만원씩 용돈을 줬다. 이 교회 목사는 “내가 어렵게 커서 어려운 아이들 점심값 하라고 줬다”고 했다. 소문이 돌자 10대 청소년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고 많게는 100여 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학교를 그만 둔 이모(17)군 등 10대 10명은 교회에서 용돈을 받고 나오는 학생들의 돈을 빼앗기로 하고 길목에서 기다렸다. 하루에 몇 명씩, 많게는 10여 명에게서 돈을 빼앗았다. 돈을 주지 않고 버티면 폭력을 행사했다. 더 많은 돈을 벌 궁리를 하던 이군 등은 SNS(카카오톡 등)를 통해 중학교·동네 후배들을 모집했다. 강제로 예배에 참석하게 만든 뒤 교회에서 받은 돈을 갈취했다.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50여 명에게서 빼앗은 돈이 300여 만원에 달했다.

이군 등은 이 돈으로 PC방·노래방을 가거나 모텔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빼앗은 돈을 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이군 등의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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