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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생강엔 노화방지 효과 … 위궤양 환자는 피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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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호 22면

늦가을부터 수확되는 생강(生薑)은 군고구마처럼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고마운 허브다.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사랑받는 향신료 중 하나로 인도의 ‘복합 향신료’ 카레에도 들어 있다. 편강·정과·차·절임의 재료로 이용될 뿐 아니라 김치·육류·생선요리에도 들어간다. 수정과·추어탕·어죽·냉잇국·배숙·송편·동치미·연포탕·만두·게장·가자미식해 등 생강이 든 요리는 오만가지다. 우리 전통요리의 향신채(香辛菜) ‘삼총사’가 파·마늘·생강이다. 한약재로도 쓰임새가 많다. 모든 한약재의 기본인 강삼조이(薑蔘棗梨)의 ‘강’이 바로 생강이다.


공자(孔子)가 즐긴 채소로 유명한 생강은 한의사들이 편애하는 약선(藥膳) 식품이다. 열을 내려주고 기침을 멎게 하며 가래를 삭혀준다는 것이 생강의 한의학적 효능이다. 밖에서 들어온 사기(邪氣, 나쁜 기운)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약용은 ‘다산방’에서 “생강을 달여 먹고 땀을 내면 감기가 낫는다”고 했다. 감기 기운이 있는 사람에게 생강차(설탕·꿀에 재웠다가 얇게 저민 생강에 뜨거운 물에 부어 만든 차)를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다.


민간에선 편강(설탕·꿀에 재인 생강을 썬 뒤 고온에서 말린 것)을 기침·가래약으로 흔히 썼다. 겨울에 언 몸을 녹여주는 것은 생강의 널리 알려진 효능이다. 진저롤·쇼가올 등 생강의 매운 맛 성분이 신진대사를 촉진시킨 덕분이다.


생강의 두 매운 맛 성분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抗)산화 성분이기도 하다. 구토를 억제하고 나쁜 냄새를 없애는 역할도 한다. 과거에 선원들은 뱃멀미를 피하기 위해 생강을 찾았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멀미가 걱정되는 사람은 자동차·배를 타기 30분 전에 생강가루 2~4g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란셋’(2008년 12월)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생강의 멀미 억제 효과는 멀미약의 두 배 이상이다. 생강의 매운 맛 성분인 진저롤이 소화기의 운동 능력을 높인 결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생강의 매운 맛 성분은 살균(殺菌) 효과도 갖고 있다. 생선회·초밥을 먹을 때 생강 절임을 곁들이는 것은 식중독을 예방하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다.


생강은 입맛을 북돋우고 소화를 돕는 작용도 한다. 우리 선조에게 건강(乾薑, 말린 생강)은 한방 소화제였다. 생강의 매운 맛 성분이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해 위액이 더 잘 나오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생강을 과다 섭취하면 위액이 너무 많이 나와 위 점막이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평소 위가 약한 사람은 생강을 익히거나 차·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방법이다.


한방에선 치질·위궤양·십이지장궤양 환자에겐 생강을 권하지 않는다. 생강이 혈관을 확장시켜 출혈을 유발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생강차를 마신 뒤엔 찬바람을 쐬지 말라고 조언한다. 외부의 냉기가 열린 땀구멍으로 들어와 감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강은 저열량·고당질 식품이다. 고형분의 절반은 전분(녹말)이다.


향이 강하면서 매운 맛이 적당한 것이 양질이다. 크기·모양이 일정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굴곡이 적고, 껍질이 얇은 것이 좋다. 가급적 피해야 하는 것은 어두운 흑색을 띠거나 가늘고 어린뿌리가 나 있는 생강이다. 냉장실 온도인 5도 전후가 보관하기에 최적의 온도다.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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