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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공화당 주자들의 외교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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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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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이번 주 TV토론에서 주로 외교 정책을 다뤘다. 현재 미국인들의 마음 상태를 대변하는 흥미로우면서도 불편한 느낌을 주는 내용이 거론됐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 공화당 후보들 사이에 흥미로운 균열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이슬람국가 궤멸 한목소리
수단에 대해선 구체성 부재
극단 심판은 유권자들의 몫
테러보다 총기가 안전 위협

 이번 토론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압도적인 관심이었다. 전적으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최근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는 IS가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테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또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총기 살인으로 14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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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가장 큰 안전상의 위협은 테러가 아니다. 9·11테러 이후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의 믿음 때문에 미국에서 45명이 사망했다. 그들 중 반 이상은 단지 두 사건의 희생자였다. 샌버너디노 사건과 2009년의 포트후드 총기난사 사건이다. (보스턴 마라톤 폭발로 4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부상했다.) 같은 기간에 48명을 극우파가 살해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20만 명 이상이 총기가 사용된 폭력 사건에서 사망했다.

 언론 매체와 대선 본선에 나가려고 다투고 있는 공화당 후보들은 국민의 불안감을 최대한 활용했다. 실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공화당 주자들은 국내 감시, 시민적 자유, 이민이라는 3대 주요 이슈에서 의견이 갈렸다. 또한 미국의 해외 문제 개입의 수준과 방식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이 개진됐다.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는 IS를 궤멸시키겠다고 했다. 지극히 야심적인 목표다. IS를 봉쇄하는 게 아니라 궤멸시키는 게 목표라면 지상군 투입 이 필요하지만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후보들은 과연 어떤 지상군을 투입할 것인지에 대해 놀랍도록 구체성이 없었다. 일부 후보는 ‘온건한 반군’ 투입을 선호했다. 하지만 미국은 반군 그룹들의 정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다른 후보들은 아랍국가들 스스로가 연대해 IS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랍 정권들이 IS에 대항해 힘을 합칠 의지가 있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실상은 정반대다. IS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이 의존해온 정부들이야말로 직간접적으로 문제를 키웠다. 이라크는 수니파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십 년간 과격 이슬람 세력을 후원했다.

 토론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과격 이슬람 테러를 배양한 결과를 낳은 미국의 역할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랜드 폴 후보가 가장 솔직했다. 그는 이라크·리비아·시리아에서 체제 변화를 시도한 미국의 노력은 모두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유명한 테드 크루즈와 도널드 트럼프마저 독재자들을 쫓아내는 게 과연 현명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시키는 전략을 옹호한 것은 존 케이식과 마코 루비오였다. 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행정부보다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 왔지만 IS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살펴보면 루비오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

 IS를 둘러싼 설전은 이민 문제에 대한 공화당 내 분란과 얽혀 있다. 트럼프는 일시적으로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그가 한 발언 중에서도 가장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그러한 조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의 후보들이 트럼프의 주장을 공격했다. 이슬람 신자들의 미국 방문을 완전 금지시키고도 그들의 대(對)테러 전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에 반대하는 후보들조차 이민 문제에 대해 입장이 점점 더 강경하게 변했다. 전향적인 초당파 합의에 도달하는 게 더 힘들어졌다. 특히 부끄러운 점은 몇몇 공화당 후보가 시리아 난민의 입국 금지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관광이나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자들보다 시리아 난민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심사가 실시되고 있다.

 후보들을 분열시킨 마지막 문제는 시민적 자유와 국가 안보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였다. 랜드 폴 같은 자유지상주의자들(Libertarians)은 안보를 이유로 정부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대해 왔다. 그들은 국가 안보기관을 공격하는 에드워드 스노든을 지지한다. 연방 검사 출신인 크리스 크리스티는 이와 대조적으로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감시할 더 많은 수단을 정부에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심지어 어떤 소셜미디어가 정치적으로 위험한지 결정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는 공포가 추동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유권자들이 극단적인 주장을 심판하는 것이다. 누가 극언을 하건 미국 시민들은 미국이 다시금 외국의 내전에 연루되는 것에 대해 신중하기 때문이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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