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16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지난 8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첫 인사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파괴적 혁신을 뒷받침할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신규 임원 82명 중 48명이 40대
김창근·장동현 등 주요대표 유임
위기 속 세대교체·안정경영 포석
최 회장은 지난 10월 제주 SK핀크스리조트에서 열린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파괴적 혁신과 강한 기업문화로 위기를 돌파하자”고 강조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한 바 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는 SK그룹에선 처음으로 1970년대 생(生) 대표가 나왔다. 1971년생으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대표에 보임된 송진화(44)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조지아공대 박사출신인 송 사장은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합류했다.
임원진도 대폭 젊어졌다. 신규 임원 승진자(82명) 중 59%인 48명이 40대다. 지난해 신규 임원 승진자 중 40대 비율은 48%였다. SK그룹은 이들 신규 임원 승진자를 포함 총 137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전체 임원 승진자 수는 지난해(117명)보다 소폭 늘었지만, 새로 임원이 된 이는 5명 줄었다.
이처럼 임원진이 젊어졌지만 계열사 CEO 교체는 많지 않았다. SK그룹 측은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이미 지난해 교체가 이뤄진 상태”라며 “업종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계열사 대표를 급하게 바꾸기 보단 이들이 가진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자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김창근(65) 위원장은 유임됐다. 올 초 임기를 시작한 장동현(52) SK텔레콤 사장, 문종훈(56) SK네트웍스 사장 등도 유임됐다. 다만 SKC 사장에 이완재(59) SK E&S 전력사업부문장이, SK종합화학 사장엔 김형건(54)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신상필벌도 확실히 했다. 이번 인사에선 부회장 승진자가 두 명이나 나왔다. 정철길(61) SK이노베이션 대표 겸 에너지·화학위원회 위원장과, 김영태(60)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3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2241억원)를 낸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을 올해 2조원 대 흑자(예상치)로 바꿔놓았다. 정 부회장은 평소 상시적인 위기대응을 강조하는 ‘알래스카의 여름論’을 설파해 왔다. 김 부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토대로 한 그룹 운영 체제의 안착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 받았다.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 내 구성원들의 역량을 하나로 묶는 작업에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SK그룹은 이번 인사로 사촌인 최창원(51) 부회장을 비롯해 5명의 부회장 체제를 갖추게 됐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구조도 일부 바뀌었다. 기존 전략위원회와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를 에너지·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로 바꿨다. 위원회 구성을 업종 별로 바꿔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부사장)은 “위기상황과 불확실한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전진배치하는 세대교체형 인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