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요? 멋있게 보여야 요리사 대우 달라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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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사진작가가 촬영한 사진. 최현석 셰프는 “온갖 폼을 잡으니 조 작가가 ‘어디서 이런 나쁜 물이 들어왔냐’고 꾸짖더라”고 말했다. [사진 민음사]

올 한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hot)했던 셰프를 단 한명 꼽으라면 이 남자 최현석(43)일 게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를 달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한 다수 요리·예능 프로그램에 종횡무진 출연했다. 과장된 포즈로 소금을 뿌리는 모습에 ‘허셰프(허세+셰프)’라는 별칭이 붙었다. 고졸 비유학파 출신으로 파인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 총괄셰프에 이른 인생 역정도 화제였다. 방송에서 선보인 ‘분자요리(음식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창조하는 요리)’ 관련해선 일각에서 ‘정통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 최고 ‘셰프테이너’ 최현석
“방송 많을 땐 5개까지 출연
첫 목표는 요리학교 만드는 것
내년 아시아에 레스토랑도 추진”

 “장점은 솔직한 것, 단점은 지나치게 솔직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가 얼마전 『카메라와 앞치마』(민음사)라는 에세이 겸 레시피 책(조선희 공저)을 냈다. 총 3개 업장이 있는 ‘엘본더테이블’의 신사동(서울 강남구) 본점에서 최 셰프를 만났다. 거대한 오픈 키친에 검은색 조리복을 입은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식사를 하던 남녀노소의 시선이 일제히 몰렸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몇주전 예약한 테이블이다. 이들이 기다려온 ‘특별한 한끼’엔 스타셰프와 한 공간을 누리는 것 또한 포함될 것이다.

 - 방송 출연이 많은데, 매장에 자주 나오나.

 “많을 땐 5개까지 출연했지만 이제 다 줄이고 ‘냉장고를 부탁해’만 남겼다. 시간을 많이 뺏겨서 요리 창작에 힘쓸 틈이 없었다. 나름대로 TV를 통해 요리사란 직업을 각인시키고 음식문화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줄인 이유가 “8년 전부터 떠들고 다닌 두가지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라는데 첫째가 요리학교 설립이란다.

 “대학에 처음 강의 나갔을 때 학생들이 칼질도 못해서 깜짝 놀랐다. 당근·무 써는 법부터 다시 가르쳤다. 책으로도 배울 수 있겠지만 요리는 반복·숙달·습관·소양이다. 비록 학위 같은 건 안 나와도 졸업 즉시 현장 셰프들이 데려가려하는 실전형 요리사를 키울 것이다.”

 - 두번째 목표는 뭔가.

 “세계 미식도시에 최현석표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다. 내년 중 아시아 도시 한곳을 노크하겠다. 이런 일을 추진해줄 매니지먼트 회사에도 속해 있다. 요리가 중노동, 박봉 직업으로만 인식되는 게 싫다. 날더러 ‘허세’라고 하지만 내가 멋있게 보이고 큰일을 벌일수록 요리사를 꿈꾸는 이들의 처우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높아진 인지도를 다른 목표에도 활용하고 있다. 예약문화를 지키자는 ‘노쇼(No Show)’ 캠페인이다.

 “주방장 모임에서 얘기할 때 늘 화제가 ‘진상 손님’이다. 3년 전부터 성명 내고 잡지 통해서 알렸는데도 효과가 없어 이번엔 포스터·동영상까지 제작했다. 한국인은 ‘손님이 왕’이라는 의식 외에도 음식을 먹는 걸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다이닝은 먹는 것만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사는 것이다. 공연표 사고 못 가는 건 고객 책임인데 왜 식당은 다르게 취급하나. 개성 있는 오너셰프 음식점이 많아져야 선택 폭이 넓어지는데 노쇼는 이런 식당들을 죽이는 행위다.”

 이번 책은 스타 사진작가 조선희와 공동으로 썼다. “저만큼 흙탕물 튕기며 살아온 분, 거칠고 가식이 없더라”며 웃었다.

 “방송은 유행으로 끝날지라도 요리는 영원한 내 천직이다. 끝까지 불리우고 싶은 별명도 ‘크레이지 셰프’다. 유학파건 뭘 했건 지금 음식을 누가 잘하느냐만 얘기하고 싶다. 앞으로도 거기에만 집중할 거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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