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악마 못 막았다” 최고위원 사퇴…조국 “문재인·안철수, 비대위 합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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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용(左), 조국(右)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주 최고위원은 “‘야당에는 악마가 산다’는 충고가 현실이 돼 안타깝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악마는 당을 분열시키고 파벌·노선 싸움을 한다, 악마가 활개 치는 집은 모두 떠날 것이다’는 말을 경계로 삼고자 했으나 끝내 악마를 막지 못한 것 같다”면서다. 주 최고위원 측은 ‘악마’의 의미에 대해 “당권·대권·공천권까지 쥐려는 계파 패권정치, 대표와 생각이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분열주의, 기득권”이라고 했다.

새정치련 비주류, 지도부 와해 압박
주류 측 “지도체제 큰 영향 없어”

 이로써 지난달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오영식 의원과 함께 최고위원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 비주류의 ‘지도부 와해’ 압박이 본격화한 셈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현행 지도 체제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주류 측 판단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사퇴 의사가 분명한 최고위원이 보이지 않고, 있더라도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8 전당대회 직후 출범한 최고위엔 이제 ▶문재인 대표 ▶정청래·전병헌·유승희 최고위원(이상 선출직) ▶추미애·이용득 최고위원(당 대표 지명직) ▶이종걸 원내대표(당연직) 등 7명이 남았다. 이 원내대표와 유 최고위원이 비주류로 분류되는데, 유 최고위원은 “당원들이 뽑은 최고위원직의 사퇴는 해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류 측은 당헌을 정비하며 ‘최고위 사수’에 나서고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궐위 시 중앙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는 당헌 규정의 세부 보완 방안을 마련해 오는 14일 중앙위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비주류 바깥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문희상·정세균·박병석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오찬 회동을 통해 수습책을 논의했다. 한 중진 의원은 “문 대표에게 ‘명예로운 2선 후퇴와 비상대책기구 구성’ 방안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쪽에도 ‘문 대표와의 대화합’을 촉구했다.

 당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문 대표는 안 의원 등의 탈당을 막는 조치를 해야 한다.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문 대표와 안 의원이 n분의 1로 합류하고 최고위 권한을 비대위로 위임하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영선·조정식 의원 등 전·현직 의원 8명으로 구성된 ‘통합행동’은 9일 모인다. 통합행동 소속 한 인사는 “결국 문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일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형구·위문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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