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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힐러리는 유세한 뒤 4~5일 힘 없어" 트럼프의 힐러리 공격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대 힐러리 클린턴의 '빅매치'가 현실화될 공산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막말과 기행을 일삼아 "언제 후보를 그만두느냐"가 관심사였던 트럼프(69)가 이제는 공화당 후보 지명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민주당 클린턴 전 국무장관(68)과의 본선(대통령 선거)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2월1일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펼쳐질 경선에선 자신을 꺾을 수 있는 경쟁자가 없는 만큼 본선 승리를 위해 '힐러리 흠집내기'쪽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유세부터 공화당 경쟁후보가 아닌 클린턴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지난 5일에는 "힐러리는 힘도 체력도 없다. (유세를 한번 하면) 4~5일은 그를 볼 수 없다. 4~5일 뒤에나 깨어나 팬츠슈트(상하의가 한 쌍인 여성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온다"고 공세를 취했다. 마치 클린턴이 건강에 문제가 있는 '약한 여성'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전략이다. 4일에는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에버딘 전 수행실장이 이슬람 출신인 점을 들어 클린턴과 이슬람 간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처럼 몰고 갔다.

공화당 경선까지 불과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트럼프가 이처럼 여유를 부리는 건 무엇보다 압도적 지지율 때문이다.

CNN이 7일(현지시간) 발표한 아이오와주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는 지난달에 비해 8%포인트 상승한 33%로, 2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의 20%를 크게 앞섰다.
지난달까지 2위를 기록하며 트럼프를 위협하던 신경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은 지지율이 급락(16%)했다. 대선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트럼프는 42%로 2위 크루즈(17%)의 2.5배에 달했다. "지지후보를 이미 결정했다"는 지지층 응집력 부문에서도 트럼프는 2위 후보의 3배에 달했다.

트럼프는 '대선 풍향계'라 불리는 아이오와주뿐 아니라 최근 4곳의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평균 29.5%의 지지율을 기록, 카슨(15.8%)의 2배에 달했다. 숫자만 봐선 이미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 힘든 것처럼 보일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트럼프는 "(내게 위협이 되는 후보가 누군지) 내가 묻고 싶다"고 거만을 부렸다. 7일에는 "(여행자를 포함한)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폭탄발언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는 미쳤다"(젭 부시 후보)며 벌떼처럼 들고 나왔지만 트럼프는 또 '한 건'했다는 듯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팀 말로이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연구소 부소장은 "아무리 트럼프가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하건 거짓말을 하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마치 방탄복을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클린턴이 최근 전국대상 여론조사 4곳에서 평균 56%의 지지를 얻어 31.3%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에게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MSNBC의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트럼프와의 가상대결 시 52%대 41%로 앞서는 것을 비롯해 어떤 공화당 후보가 나와도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계가 클린턴 지지로 쏠려 있는 게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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