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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의 특수효과 스승을 영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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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어떤 우주영화도 스탠리 큐브릭(1928~99) 감독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가 1968년 만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의 달 착륙 이전에 이미 생생한 우주를 스크린 속에 그려냈으니까. 그의 업적을 우주영화에만 국한시킬 순 없다. 세계 영화사의 선구자, 큐브릭 감독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11월 29일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개막한 ‘스탠리 큐브릭전’이다. 2004년 독일영화박물관이 처음 기획한 이래, 11개국 13개 도시에서 관람객 110만 명이 전시회를 찾았다. 파격적인 걸작 ‘시계태엽 오렌지’(1971), 유작으로 남은 ‘아이즈 와이드 셧’(1999) 등 세상에 공개된 13편의 전작부터 미공개 작품까지 완벽주의자였던 거장의 면모를 자필 메모, 촬영 장비, 의상, 세트 모형 등 방대한 전시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큐브릭 감독의 처남이자 프로듀서 얀 할란, 딸이자 배우 카타리나 큐브릭 홉스, 독일영화박물관 큐레이터 팀 헤프트너가 1000여 점 중 꼭 봐야 할 전시물만 골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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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생애 첫 데뷔작 큐브릭 감독이 정식으로 세상에 선보인 첫 번째 사진. 1946년 열여덟 살이던 그가 유명 잡지사 ‘룩(Look)’에 25달러를 받고 기고한 이 사진은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1882~1945)의 서거 소식에 실의에 빠진 담뱃가게 노인의 표정을 생생하게 포착해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훗날 큐브릭 감독은 이것이 연출된 사진이었다고 고백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큐브릭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지론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전’ 미리보기

장면마다 드라마 트루기를 담는 큐브릭 감독의 타고난 재능은 초창기 사진부터 엿볼 수 있다.” 카타리나 큐브릭 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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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 감독이 촬영 현장에서 쓰던 감독 의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풀 메탈 자켓’ 전투모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와 미완성 영화 ‘아리안 페이퍼스’ 등 초기작부터 꾸준히 전쟁의 참상을 고발해 온 큐브릭 감독의 시선이 가장 무르익은 작품은 ‘풀 메탈 자켓’(1987)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주인공 조커(매튜 모딘)의 전투모에는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Kill)’는 문구와 평화를 상징하는 뱃지가 함께 달려 있다. 전쟁의 비극적인 역설과 함께 “모든 인간은 선한 동시에 악하다”는 큐브릭 감독의 철학을 담은 소품이다.

런던 교외에 야자수를 심고 베트남 정글을 구현한 ‘풀 메탈 자켓’은 큐브릭 감독의 창의적인 촬영 방식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팀 헤프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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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영화 ‘나폴레옹’의 캐릭터 분석 서랍장 큐브릭 감독의 편집증적인 작품 준비는 미완성 영화 ‘나폴레옹’에서 절정에 달했다. 19세기 이후 발간된 관련 서적을 모두 사들였을 정도로 30년간 자료 수집에 매달렸다. 나폴레옹과 주변 인물들의 버릇과 식성, 전쟁 당시의 기후 상황까지 소상히 기록한 수천 장의 캐릭터 카드는 이 나무 서랍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였다. 불행히도 막대한 제작비와 4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을 감당할 영화사는 없었고, ‘나폴레옹’은 영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큐브릭 감독의 대표작에서 시도된 모든 영화적인 전략의 뿌리를 알고 싶다면 ‘나폴레옹’을 주목해야 한다.” 얀 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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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관측용 렌즈를 장착한 ‘배리 린든’의 카메라 18세기 역사극 ‘배리 린든’(1975)에서 큐브릭 감독은 당대 영국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다. 실내 장면 역시 전기 없이 오직 촛불로 촬영하려 했지만, 이는 당시 기술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직접 개조한 카메라에 특수 렌즈를 장착해 기어코 촬영을 성사시킨 큐브릭 감독. 훗날 그의 상징이 된 이 렌즈의 이름은 ‘칼자이즈’, 당시 NASA(미 항공우주국) 대원들이 우주 관측에 사용하던 렌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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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린든’에 등장한 19세기 의상.

매 작품마다 아버지는 지독하게 많은 자료를 사들였다. 어머니가 질색할 만큼 자료에 파묻힌 영화가 바로 ‘배리 린든’이다.” 카타리나 큐브릭 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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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유일한 오스카 트로피 아카데미와 유난히 인연이 없던 큐브릭 감독은 평생 단 한 개의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시각효과로 받은 이 트로피다. ‘특수효과의 교과서’라 불렸던 거장 큐브릭 감독의 걸작을 다시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다면 12월 9일까지 시네마테크KOFA에서 열리는 특별전 ‘2015 큐브릭 오디세이’를 주목하자. 큐브릭 감독의 대표작 11편과 그에 관한 다큐를 상영한다.

아버지는 효자였다. 그가 이 유일한 오스카상의 영광을 노모에게 돌리며 기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카타리나 큐브릭 홉스

‘샤이닝’(1980)에서 미래를 보는 소년 대니(대니 로이드)의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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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전

기간 2016년 3월 13일까지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문의 02-325-1077~8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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