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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쉬’하고 싶으신 분~ 커피 멀리하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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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주부 장모(41·여)씨는 1년 전부터 소변이 갑자기 마려우면서 참기 힘들고 화장실 가는 횟수가 많아졌다. 밤에 자다가도 한두 번은 화장실에 가고 싶어 잠이 깼다. 처음 가는 곳에선 실수라도 할까봐 화장실부터 찾게 됐고, 좋아하던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잠을 잘 못자니 낮엔 늘 피곤했고, 기분도 우울해지는 것 같아 비뇨기과를 찾았더니 과민성 방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다른 질환이나 요로 감염이 없는지 확인 후 요류속도와 배뇨량 등을 측정했더니 수치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광 수축을 억제하는 약물을 처방받은 장씨는 한 달 동안 약물을 복용하면서 카페인 섭취를 자제했다. 소변보는 시간도 조금씩 늘렸더니 횟수도 줄고 숙면을 하게 됐다.


 

자료: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50대 이상 환자가 69%로 가장 많아과민성 방광은 특별한 질병이 없는 데도 갑작스런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질환을 말한다. 건강한 성인은 방광에 400-500cc까지 소변을 저장하고 하루에 5~6회 소변을 본다. 방광에 소변이 300cc 정도 차면 감각신경에 의해 반사적으로 방광이 수축하면서 요의를 느낀다. 정상 상태에서는 대뇌에서 수축 작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소변이 모일 때까지 참을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인 사람은 소변 양이 적은 데도 방광이 수축해 자주 보거나 급하게 보게 된다.


 과민성 방광은 모든 연령층에 나타나는데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도 높아진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과민성 방광 환자 2만3129명 중 50대 이상 환자는 68.7%에 달했다. 여성 환자는 78%로 남성 환자의 3.5배였다. 과민성 방광은 자칫 여성 질환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남성의 유병률도 여성과 비슷하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지난 2011년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남성 10명 중 1명이 과민성 방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 유병률(14%)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모(65·남)씨는 하루에도 열 번 넘게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밤에도 두세 번은 소변이 마려워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잔뇨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비뇨기과를 찾아 과민성 방광과 전립선비대증 증상 점수를 조사했더니 둘 다 중증도로 나왔다. 요류속도가 정상치보다 저하된 상태였고, 영상검사에서 전립선 크기가 35cc(정상치 20cc)에 달했다. 이씨는 전립선 비대증으로 방광 출구에 문제가 생겨 과민성 방광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받았다. 먼저 전립선 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알파차단제를 복용하면서 지나친 수분 섭취나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자기 전에 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였다. 한 달 뒤 요류속도는 정상치였지만 여전히 하루 열 번 이상 소변을 보고 밤에도 화장실에 가는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이씨는 방광 수축을 억제하는 항콜린제를 복용하면서 빈뇨 증상도 차츰 줄었다.


 과민성 방광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라 자칫 방치하기 쉽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런 요의를 느끼면서 하루 8번 이상 소변을 보거나 밤에도 소변을 보는 것, 소변을 참지 못하고 지리는 것이 대표 증상이다. 배뇨활동에 장애가 생기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회생활을 어렵게 해 대인관계를 기피하거나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전립선 비대증은 방광에도 문제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민성 방광인 사람은 우울증 동반율이 23.6%에 달했다.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52.8%로 나타났다. 남녀의 약 20%는 부부생활에도 지장이 있다고 답했고, 불안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일반인보다 2배 높았다.


 나이가 들면 방광의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방광 용적이 작아지고 방광과 연결된 신경에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전립선 비대증이 생기면 요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도 과민성 방광의 원인이 된다. 신경계 질환이나 요로 감염·약물 부작용·변비·비만·우울증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과민성 방광 치료는 약물과 행동 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은 부교감신경 억제제인 항콜린제를 주로 사용해 소변을 더 오래 저장할 수 있게 한다. 행동 치료는 배뇨 습관을 개선해 방광 크기를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둔다. 방광 훈련은 자신만의 시간표를 정해 일정 시간 동안 소변을 참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30분씩 참다가 서서히 시간을 늘려간다.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난 후에는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방광을 자극하거나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술과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물은 너무 많이 마시거나 적게 마시지 않도록 주의한다. 골반근육 운동을 하면 골반근육 조절력이 높아져 소변을 참는 데 도움이 된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 방광에 가는 압력을 줄여야 증상이 개선된다. 과민성 방광은 조기에 치료하면 효과가 좋지만 방치하면 치료기간이 길어진다. 특히 장년층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치료해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김세웅 객원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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