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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장기기증, 출생 74분 만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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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 숨을 거둔 한 아이가 자신의 신장과 간세포를 성인 환자에게 기증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주 영국 동부 서퍽 주(州)에서 태어난 호프(Hope)는 세상의 빛을 본 지 74분 만에 숨졌다. 호프가 앓고 있었던 병은 무뇌증으로, 엄마인 엠마 리는 임신 13주차에 병원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남녀 이란성 쌍둥이 중 여아가 무뇌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의사는 엄마인 엠마 리가 호프를 출산하기 전 낙태를 권했다. 무뇌증을 앓고 있는 태아 대부분이 출산 직후 숨을 거둔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엠마는 생존 확률이 0%에 가까울지라도 아이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다짐했다. 엠마의 바람대로 호프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출산과 동시에 의사는 “아이가 얼마 못 가 세상을 떠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엠마 부부는 쌍둥이 오빠 조시의 뒤를 따라 태어난 호프가 숨을 거둘 때까지 말없이 안아줬다. 당시의 심정에 대해 엠마는 “호프가 살아있던 74분 동안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호프를 꽉 안아주는 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채 2시간도 지나지 않아 호프가 숨진 상황에서도 엠마는 호프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4월 태어난 지 100분 만에 숨을 거둔 아기 ‘테디 홀스톤’이 심장 판막과 신장을 기증했다는 이야기에 감명받은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호프의 장기를 기증해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엠마는 손바닥보다 작은 호프를 수술실로 보냈다. 호프의 두 신장은 곧바로 다른 환자에게 이식됐고, 간세포는 냉동돼 다른 환자들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엠마는 “호프는 죽었지만 장기 이식을 통해 다른 사람 안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슬픔을 덜어준다”며 “74분밖에 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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