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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전원 기숙생활, 세종캠퍼스 취업·창업 요람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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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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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세종캠퍼스 디스플레이·반도체물리학과 대학·대학원생들이 클린룸에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이 대학 이공계열은 학부생 1명에 대학원생 1명, 지도교수 1명이 팀을 이뤄 연구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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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고려대 세종캠퍼스 과학기술관 실험실. 디스플레이·반도체 물리학과 이긍원(54) 교수와 박사과정 3년 차 김동석(29)씨, 학부 3학년 윤창진(22)씨가 들어왔다. 김씨가 ‘스퍼터 챔버’란 실험장치의 스위치를 눌렀다. 실리콘 기판 위에 아주 얇은 막을 입히는 반도체 핵심기술 실험이다. 실험은 이 교수가 총괄 지휘했고, 윤씨는 과정을 지켜보며 메모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가 실시 중인 ‘학부 연구원 실험’ 장면이다. 학부생 1명에 대학원생 1명, 지도교수 1명이 팀으로 연구하는 과정이다. 신소재화학과·생명정보공학과를 비롯해 이공계 6개 학과가 실시 중이다. 교수와 대학원생이 연구를 수행하는 것과 동시에 학부생들로 하여금 문제해결과 연구개발(R&D) 능력을 키우게 하려는 목적이다. 기업들이 원하는 능력이다. 이 교수는 “취업 면접에서도 다양한 실험 경험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내년부터 RC프로그램 도입
기숙사 전담교수가 24시간 교육
창업경진대회·벤처탐방 기회도

전국 유일 가속기 이용 연구 확대
매년 300억 들여 장학금, 시설 개선

 이런 시도는 학교의 R&D 능력을 높이는 결과 또한 낳았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자연과학계열은 중앙일보가 실시한 ‘2015 대학평가’에서 ‘국제학술지 논문당 피인용 순위’ 전국 4위를 차지했다. 이 학교가 발표한 논문을 국내외 다른 연구진이 그만큼 많이 참고했다는 얘기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내년에 학부생 역량을 높이기 위한 새 시스템을 도입한다. ‘기숙형 대학 프로그램(RC·Residential College)’이다. 학생들을 기숙사에서 살게 하고, 기숙사 자체로 취미·인성·교양 등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숙사 정원은 2635명으로 신입생(1495명)은 희망하면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계획을 잡았다.

 구체적인 RC프로그램은 ▶취업과 창업 특강 ▶자격증과 공무원 시험 강좌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 ▶벤처기업 탐방 등이다. 합창단·배드민턴 등을 하는 체육동아리도 편성한다. RC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기숙사 전담 교수 5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선정규 부총장은 “24시간 배울 수 있는 기숙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의 축은 연구 인프라다. 내년 11월까지 75억원을 들여 캠퍼스 안에 ‘중이온가속기 실험동(Raon)’을 짓는다. 지하 1층·지상 3층(4363㎡) 규모로 가속기 설계·건축·활용방안 등을 다룬다. 전국 대학 가운데 유일한 ‘가속기대학원’과 연계한 시설이다. 가속기대학원은 학기당 8명의 가속기 설계·유지·보수 전문인력을 선발해 양성하고 있다.

 학부생 역량개발과 연구중심이라는 두 축을 갖췄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진서훈 세종캠퍼스 입학홍보처장은 “안암캠퍼스 중심으로 학생 만족도 조사를 하다 보니 세종캠퍼스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학생 만족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취업·창업 교육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받아들여 지난달부터 도서관 1개 층을 창업교육센터로 쓰고 있는 게 그 하나다. 세종캠퍼스 측은 또 2017년까지 320여억원을 들여 국제교류관과 산학협력관을 짓기로 했다. 국제교류관은 학생들이 외국인 유학생과 기숙하며 외국어를 배우는 곳이다. 산학협력관에는 연구소기업 등이 입주하며, 창업보육센터 기능도 한다.

 발전기금 확충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안암캠퍼스는 1000억원 기금을 모았으나 세종캠퍼스는 7억원에 불과했다. 진서훈 처장은 “부족한 기금을 메우기 위해 앞으로 매년 세종캠퍼스 시설을 보완하고 장학금을 늘리는 데 3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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