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 <291> 세계경제, 메가 FTA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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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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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영 기자

 지난 10월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메가 FTA(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한국도 메가 FTA에 적극 참가하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에서 밀려나고 무역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1세기 통상무역 규범을 주도할 메가 FTA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12개국 뭉친 TPP, 세계 GDP의 38%‘매머드 경제블록’

FTA가 국가간 무역거래에 관세장벽을 허무는 자유무역협정이라면 메가 FTA는 양자 FTA와 달리 참여국 수가 3개 이상이고,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국들이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메가 FTA는 기존의 양자 FTA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무역이 주요 경제 성장 수단인 우리나라의 경제 특성을 감안해본다면 TPP와 같은 메가 FTA에 가입해 우리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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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등 12개국 무역·통상 장관들이 지난 10월 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리츠칼튼 호텔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애틀랜타 신화=뉴시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 GDP : 27조7000억 달러, 인구 : 8억 명
무역 규모 : 9조5000억 달러

▶ 주도 국가 : 미국, 일본

▶ 참가국(12개) :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칠레, 페루, 뉴질랜드, 베트남, 브루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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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은 지난 10월 5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타결됐다. 내년까지 각국 의회의 비준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전 세계 인구의 11%(8억 명), GDP의 38%(27조7000억 달러)를 아우르는 매머드 경제블록이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유럽연합(EU)의 18조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교역 규모는 세계 교역량의 4분의 1에 달한다.

 TPP는 애초에 미국과 일본이 협상을 주도하면서 개방 폭이 넓어졌다. TPP의 타결은 단순히 세계 최대 경제권이 탄생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미국이 메가 FTA를 지렛대로 삼아 노동과 환경 규제, 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국제 규범을 만들고 글로벌 경제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TPP 타결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략적이고도 정치적인 승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에 타결된 협상안에는 관세철폐, 교역장벽 제거, 투자·서비스 규칙, 환경 보호, 국유기업 우대조치 축소 및 폐지 등 31개 분야에 걸쳐 역내 무역 자유화 촉진 조항이 담겨 있다. 당초 자동차 관세, 쌀·밀·설탕 등 5대 민감 품목을 둘러싸고 미·일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강력한 의지를 갖고 7월 양자협상에서 틀을 잡았다. 미국은 TPP 체결로 중국을 미국 주도의 통상 질서 안에 가둘 수 있게 됐다. 일본도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의 수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

▶ GDP : 21조6000억 달러, 인구 : 34억 명
무역 규모 : 10조6000억 달러

▶주도 국가 : 중국, 일본

▶ 참가국(16개) : 아세안 10개국(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2012년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범했으며 TPP의 대항마로 불린다. 아세안(ASEAN) 10개국을 비롯해 한국·중국·일본 등 총 16개국이 참여했다. 2013년 5월 공식협상이 개시된 후 10차례의 공식 협상과 장관회의가 세 번 열렸다. TPP와 RCEP 모두 많은 나라가 참여하고 있으며 파급력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RCEP에는 중국과 인도가 참여하면서 규모 면에서 TPP에 뒤지지 않는다. GDP 비중은 TPP를 밑돌지만 교역 비중만 따지면 TPP보다 더 크다.

 RCEP는 TPP에 비해 진행 속도가 더딘 편이다. 올해 실질적인 타결을 기대했으나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많다. 회원국 다수가 개발도상국이라서 협상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RCEP 협상만 타결된다면 한·중·일이 주도하면서 유럽 경제 지역(EEA·European Economic Are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등에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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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FTAAP)

▶ GDP : 42조5255억 달러, 인구 : 28억6120만 명 무역 규모 : 5조1520억 달러

▶주도 국가 : 중국

▶ 참가국(21개) : 중국, 일본, 미국, 한국, 홍콩, 러시아, 파푸아뉴기니,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호주,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캐나다, 칠레, 멕시코, 페루
 
 중국이 주도하는 메가 FTA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FTAAP 구상의 로드맵을 마련해 참가국 동의를 얻어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방중 당시 “아·태 지역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역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가속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하며 FTAAP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단기간에 타결되긴 어렵지만 만약 타결된다면 TPP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 된다. 21개 APEC 회원국들은 전 세계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교역량은 전 세계의 약 절반에 이른다. FTAAP가 타결되면 APEC 21개국 사이에 발효되어 있는 90여 개에 이르는 양자 혹은 복수국 간의 FTA로 인한 복잡한 원산지 규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중·일 FTA

▶ GDP : 16조4100억 달러, 인구 : 15억4530만 명

▶참가국(3개) : 한국, 중국, 일본

 한·중·일 3국은 전 세계 인구와 GDP의 5분의 1, 교역량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3대 경제권이다. 2012년 11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라는 원칙 아래 한·중·일 FTA에 대한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세 나라는 상품, 서비스, 투자, 통관, 원산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상품 분야별로 견해차가 크다. 각국이 산업 구조상 경쟁하는 분야가 많고 정치·역사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혀있어 타결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타결만 된다면 대외충격에 취약한 세 나라의 교역구조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TTIP)

▶ GDP : 35조9100억 달러, 인구 : 8억2390만 명

▶ 참가국(29개) : 유럽연합(EU) 회원국 28개와 미국

 세계 경제 규모 1위 유럽연합(EU)과 2위인 미국 간 FTA로 2013년부터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TTIP 참가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35조9100억 달러로 27조 달러인 TTP 경제권보다도 더 크다. 소비자 8억 명을 하나로 묶는 거대 시장이 창출되므로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다. TPP가 타결된 만큼 TTIP 협상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신들은 “TPP 타결로 유럽이 미국에 TTIP 협상을 서두르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TTP 타결에 전념해온 미국이 TTIP는 후순위로 미뤄뒀기 때문이다. 안달이 나있는 쪽은 당연히 EU다. ‘메가 FTA’ 체결을 통한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FT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전에 협상 타결을 원한다”며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협상안을 다시 검토하며 시간을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세안경제공동체 (AEC)

▶GDP : 2조4000억 달러, 인구 : 6억 명

▶ 참가국(10개) :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10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

 12월 31일 출범을 목표로 역내 단일시장과 생산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인프라와 물류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소비자보호 및 지식재산권 정책 등을 통일할 예정이다. AEC가 출범하면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은 전 세계 제조업 생산기지로 단단한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아세안 지역에 시장 거점과 생산 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자료:국제통화기금,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세계은행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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