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도시에서 연일 반일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언론들이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 시평을 통해 "일본 우익세력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분노한 중국인들이 애국주의 열정을 표출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그러나 시평에 덧붙인 '가슴속에 대세를 품고 안정 유지를'.'가장 귀중한 것은 안정'이라는 두 편의 논평을 통해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이 중국인들의 애국열정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안정이 중국인민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니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국력을 키우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대규모 반일시위에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던 중국당국이 당 기관지를 통해 자제를 호소한 것은 더 이상의 관계 악화는 막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언론 뿐 아니라, 당정관료들도 일본 관리와의 접촉에서 사태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18일 베이징을 방문한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과의 회담에서 반일시위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도 이번 주말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기간중에 양국 정상회담 실현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17일 일본 경제산업상을 지낸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赴夫) 의원과 베이징에서 만난 자리에서 "일본이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배운다는 정신으로 자국 역사에 책임감을 가지고 중.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접근을 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그러나 반일 시위과정에서 자국 외교공관 등에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를 거부한 중국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과의 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왜 못하겠다는 거냐고 2번, 3번 말했는데도 (중국측은) 근본문제는 역사라고 버텼다"며 "유감스런 반응"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마치무라 외상은 3주 연속 일본 대사관 등에 대한 파괴활동과 일본인에 대한 폭력사태가 발생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심히 우려할만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애초부터 할말을 하되 대화를 계속한다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해 회담결과가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집권 자민당과 정부내 대중 강경파들도 한목소리로 중국 측을 비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은 17일 센다이(仙臺)시에서 가진 가두연설에서 "중국은 올림픽과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과연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페트병과 돌을 준비하는 것을 경찰이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중국은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한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관계개선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는 사설을 게재하는 등 중국 측을 비난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중국 각지에서 반일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으면 나만 애국심이 약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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