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매력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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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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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

최고·최대·최초에 집착하는 거대한 쇼윈도 도시답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가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의 규모에 압도당한다. 지상에서 건물 꼭대기라도 한번 볼라치면 한없이 목을 뒤로 젖혀야 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829m)는 물론이요, 이곳과 연결된 축구장 80개 넓이(112만㎡, 34만 평)라는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몰 역시 마찬가지다.

  한겨울에도 30도에 육박하는 사막 한가운데 지어졌지만 전 세계 관광 명소 중 가장 많은 한 해 8000만 명(2014년)이 두바이몰을 찾는다. 인구가 고작 200만 명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할 때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소개되면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이곳엔 전 세계의 이름 난 럭셔리 패션보석 브랜드뿐 아니라 자라나 H&M 같은 값싼 패스트 패션 업체, 그리고 다이소 같은 일본의 저가 생활용품 매장과 기노쿠니야 서점에 이르기까지 1200여 개 매장이 입점해 있다. 또 얼마 전 판교를 들썩이게 만든 뉴욕 컵케이크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등 전 세계 유명 디저트와 레스토랑 역시 한자리에 전부 모여 있다. 비단 두바이 사람들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사고 싶고 먹고 싶고 즐기고 싶은, 그야말로 매력적인 브랜드를 모두 모아놓은 집합소이기에 이젠 사람들이 쇼핑만을 위해서도 두바이를 찾는다. 이젠 너무 식상한 얘기지만 모든 걸 수입하는 두바이의 딱 두 가지의 토종 특산물이라는 리더십과 상상력이 불모의 땅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로 바꿔놓은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바이몰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브랜드는 별로 많지 않다. 삼성 휴대전화 정도가 눈에 띌 뿐 온갖 매장과 200여 개가 넘는 레스토랑들에도 한국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재패니즈 클럽’과 ‘스시 카운터’ ‘요!스시’ 등 일본음식이나 중국음식은 여러 식당 가운데서 골라 먹을 수 있고 캐비아 전문 매장까지 있지만 한국음식은 푸드코트의 익스프레스 매장 하나가 전부다. K팝이나 K-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음식이 일식이나 중식에 비해 그만큼 덜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낯선 외국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 다시 말해 그 문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와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농식품 수출 다변화를 위해 공들이는 무슬림을 겨냥한 할랄식품 인증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 좀 더 소프트한 전략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안혜리 중앙SUNDAY 기획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