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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전업주부 차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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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스럽게 굴더니 쥐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란 말이 딱 맞다. 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특위는 25일 마지막 회의를 열었지만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국민연금 강화, 사각지대 해소 어느 하나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1955~63년생)나 40, 50대 장년층의 부푼 기대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특위는 공적연금, 특히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만들어졌다. 5월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야당이 ‘소득대체율 50%로 상향’을 들고 나오면서 큰 논란이 벌어졌고 이의 후속대책으로 태어났다. 구성을 두고 두 달 이상 끌다 8월 중순에서야 1차 회의를 했고 시한(10월)까지 소득이 없자 25일 연장했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애당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은 워낙 큰 사안이라 몇 달 논의한다고 될 게 아니었다. 특위로선 불가항력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법률 개정안과 사각지대 해소까지 걷어찬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특위는 보건복지위원회가 논의하던 법률 중 20개를 가져왔다. 노후소득 보장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중 국민연금의 전업주부 차별 철폐는 수년간 661만 명이 학수고대해 온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해 전업주부가 되느냐, 미혼 상태(실직)로 있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의 운명이 달라진다. 전업주부는 안 낸 보험료를 추후에 낼 수도 없고(추납제도), 다쳐도 장애연금이 없고, 숨져도 유족연금이 안 나온다.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그런데 미혼이면 다 보장된다. 이렇게 된 전업주부가 661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양성평등에도 안 맞다. 특위 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합의해놓고도 걷어차 버렸다.

 25일 회의에서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절감한 예산의 20%를 사각지대 해소에 쓴다’는 5월 합의를 두고 싸웠다. 일부 의원은 “공무원의 희생과 양보로 절감한 돈”이라고 강조했다. 절반의 개혁밖에 안 돼 앞으로 수백조원의 국민 세금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알고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얼마 되지 않는 연금 탓에 노후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가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연금 소득상한선 상향 조정 같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대책마저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특위가 걷어찬 법안은 공중에 붕 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가 받아 30일 법안소위에서 최우선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 또 한 사람에게 국민연금이 두 개 닥칠 때 유족연금의 20%만 받는 것을 30%로 올리는 조항도 눈여겨봤으면 한다. 특위 산하 사회적 기구가 합의한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대상 자영업자의 보험료 지원(크레디트), 청년 창업·취업 크레디트도 통과 법안에 담아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첫째 아이 출산 크레디트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