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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법 폭력시위 막을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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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7일 복면 폭력 시위자에게 실형이 선고되도록 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복면시위 금지법안의 통과 여부와 관계 없이 집회 현장에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불법 시위를 한 경우 구형량을 대폭 올리겠다는 뜻이다. 다음달 5일 예정된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앞두고 폭력 시위에 대해 엄단하겠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복면시위 금지 법안에 대해선 법조계 내에서도 논란이 있다.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폭력 시위자가 복면을 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복면으로 가린 익명성을 악용해 처음부터 폭력을 휘두르겠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26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모(47)씨에게 집행유예를 내린 1심을 깨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엄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자유로운 집회·시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일부 극렬세력의 불법 폭력시위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려면 폭력 시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 법원의 판결은 지나치게 관대한 편이다. 최근 5년간 집시법 위반으로 법원 판결을 받은 사람 중 실형 선고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집시법 위반자는 가벼운 벌금형을 받는 선에서 그친다. 현행법엔 집단 폭행, 협박, 손괴(損壞), 방화 등을 저질러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뿐이다. 1989년 정한 벌금액수가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폭력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관성적으로 되풀이되는 불법시위를 뿌리 뽑기 어렵다.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경찰이 평화집회 요구를 받아들이면 자진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조건을 내걸 입장이 아니다. 법 집행에 먼저 응하는 것이 순서다.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 중인 상태에서 또 재범을 저지른 한 위원장의 평화집회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